흥 많던 '삼성맨', 공연기획사 막내 된 까닭
최승은 씨(30·사진)는 래퍼 겸 공연 기획사 마이크임팩트의 수습사원이다. 그는 작년 초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사원이었다. 2014년 입사해 2년 이상 다녔다. 회사생활도 멋졌다. 장기자랑 때 숨겨온 끼를 분출하며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뒤로는 각종 행사마다 불려 다니며 공연을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학 시절 전공 공부보다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하며 갈고닦은 ‘랩’ 실력 덕분이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그의 말을 빌리면 “딱 2%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최씨는 “신입사원 무대, 사내 행사 등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사내 방송까지 출연하게 돼 회사 기숙사에서는 다들 알아볼 정도가 됐지만 아쉬움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 아쉬움을 채울 방법을 알게 되자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재직 중 혼자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연을 받아 그 이야기를 랩으로 만들고, 사연의 주인공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이죠. 자신의 삶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듣는 사람에게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생활의 2% 부족함을 거기서 찾은 거죠.”

최씨는 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공연을 개인 돈으로 진행하다 보니 점점 통장은 ‘텅장’이 돼 갔다. 장소 대관료, 섭외비, 진행비 등 한 회 공연에 100만원 정도 쓰이는데, 월급이 없으니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공연 기획사인 마이크임팩트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 퇴사했을 때는 하루 24시간 중 30분을 후회했고, 나머지 시간은 행복했어요. 석 달 뒤에는 2시간을 후회하고, 1년이 지나면 4시간을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행복이 더 커요.”

박해나 잡앤조이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