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상파 '세상의 다양성'을 끌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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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예능 '세상의 모든 방송'
천하의 박명수가 당황한 듯 땀을 뻘뻘 흘린다. 낡은 방송 카메라를 들고 대뜸 비타민을 내밀며 일단 약을 먹고 시작하자는 PD 앞에서 고분고분해진다. 리빙TV라는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형제꽝조사’라는 낚시 프로그램. 아마도 MBC가 주말에 새로 시작한 ‘세상의 모든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 반짝반짝 빛나는 낚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조차 대부분의 시청자는 몰랐을 것이다. 천하의 박명수를 쥐락펴락하는 형제꽝조사의 명물 박기철 PD라는 빵빵 터지는 캐릭터 역시 발굴되지 못했을 것이다. 박 PD가 대본도 없고 즉석에서 연출하고 촬영하며, 심지어 편집, 오디오 믹싱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열악한 상황에 시청자들은 ‘서민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가 이를 오히려 ‘1인 시스템’ ‘낚시방송의 홍상수’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눙치는 그 지점에서 짠내 나는 웃음이 터진다. ‘세상의 모든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좋은 취지와 독특한 재미가 이 한 풍경 속에 모두 녹여져 드러난다.
‘세상의 모든 방송’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방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모토로 내세웠다. 실로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에 크고 작은 방송들은 쏟아져 나온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 중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하고, 거기에 국내 연예인들이 참여해 각자의 방송을 만들어낸다. 몽골 C1TV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도시아들’에 참여한 박수홍과 남희석, 김수용은 그 방송이 매회 미션으로 삼는 유목민의 삶을 체험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우물을 길어 100여 마리의 낙타에게 물을 먹이고 문고리조차 없어 바람에 문이 열려버리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난감하게 본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맛도 쏠쏠하다. 국내 케이블채널 실버아이TV의 ‘스타쇼 리듬댄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슬리피와 오상진은 어르신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리듬댄스를 소개한다. 어르신들에게 맞게 ‘깔짝깔짝’하는 동작이 웃음을 주면서도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마성의 매력에 빠져든다.
사실 ‘세상의 모든 방송’이라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난 배경을 들여다보면 지상파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등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재밌는 ‘짤방’들이 존재하는 시대에 지상파가 기획하고 내놓는 프로그램들은 몇 회만 반복해도 식상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방송’은 지상파가 갖는 권위를 내려놓고 대신 세상에 널려진 방송 프로그램들을 모셔와 온전히 그들에게 힘을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방송의 매력을 끌어들인다. 중심을 내려놓자 그간 보이지 않던 변방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변방들은 중심이 갖고 있던 식상함을 몰아낸다. 항상 중심에 서 있던 박명수가 변방의 PD에게 좌지우지되는 역전 상황은 묘한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에 넘쳐나는 1인 방송을 지상파 버전으로 끌어안으려 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변방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수준에서 이제는 아예 그쪽에 방송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콘텐츠는 세상의 다양한 방송에 넘기고 대신 지상파는 온전히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이제 도래한 1인 미디어 시대를 담아냈듯이 ‘세상의 모든 방송’은 이 시대에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담아낸다. 세상의 다양성을 끌어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세상의 모든 방송’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방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모토로 내세웠다. 실로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에 크고 작은 방송들은 쏟아져 나온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 중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하고, 거기에 국내 연예인들이 참여해 각자의 방송을 만들어낸다. 몽골 C1TV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도시아들’에 참여한 박수홍과 남희석, 김수용은 그 방송이 매회 미션으로 삼는 유목민의 삶을 체험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우물을 길어 100여 마리의 낙타에게 물을 먹이고 문고리조차 없어 바람에 문이 열려버리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난감하게 본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맛도 쏠쏠하다. 국내 케이블채널 실버아이TV의 ‘스타쇼 리듬댄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슬리피와 오상진은 어르신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리듬댄스를 소개한다. 어르신들에게 맞게 ‘깔짝깔짝’하는 동작이 웃음을 주면서도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마성의 매력에 빠져든다.
사실 ‘세상의 모든 방송’이라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난 배경을 들여다보면 지상파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등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재밌는 ‘짤방’들이 존재하는 시대에 지상파가 기획하고 내놓는 프로그램들은 몇 회만 반복해도 식상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방송’은 지상파가 갖는 권위를 내려놓고 대신 세상에 널려진 방송 프로그램들을 모셔와 온전히 그들에게 힘을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방송의 매력을 끌어들인다. 중심을 내려놓자 그간 보이지 않던 변방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변방들은 중심이 갖고 있던 식상함을 몰아낸다. 항상 중심에 서 있던 박명수가 변방의 PD에게 좌지우지되는 역전 상황은 묘한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에 넘쳐나는 1인 방송을 지상파 버전으로 끌어안으려 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변방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수준에서 이제는 아예 그쪽에 방송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콘텐츠는 세상의 다양한 방송에 넘기고 대신 지상파는 온전히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이제 도래한 1인 미디어 시대를 담아냈듯이 ‘세상의 모든 방송’은 이 시대에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담아낸다. 세상의 다양성을 끌어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