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꿈의 극장'으로 간다…4년 만에 장편소설 '잠' 펴낸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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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즐기며 아이디어 찾아
꿈의 세계 자유자재로 탐험하는 이야기
불면증 겪으며 잠에 대해 연구
꿈은 나에게 가장 재밌는 놀이터
소설 쓰다 막히면 잠자러 가
꿈의 세계 자유자재로 탐험하는 이야기
불면증 겪으며 잠에 대해 연구
꿈은 나에게 가장 재밌는 놀이터
소설 쓰다 막히면 잠자러 가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100세를 산다면 33년은 잠을 자는 셈이다. 그중 12분의 1은 꿈을 꾼다. ‘버려지는 시간’ 치고는 너무 길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무익하게 여겨졌던 수면 시간이 우리의 모든 가능성을 극대화해 주지는 않을까.
《개미》 《신》 《나무》 등을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가 ‘잠의 세계’라는 신대륙에 도전했다. 《제3인류》 이후 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잠》(열린책들)을 통해서다. 이 책은 잠의 깊이와 뇌파에 따라 구분되는 수면의 다섯 단계 이후 여섯 번째 단계가 실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제6의 수면 단계’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은 ‘자각몽(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 ‘어제 꿈 이어꾸기’부터 시간을 이동해 과거나 미래의 나와 마주하는 등 꿈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수면 과학에 베르베르만의 상상력을 덧대 완성된 책에 대한 궁금증을 작가에게 서면으로 질문했다. 베르베르는 꿈 이어꾸기 등 상상력에만 기반한 것이라고 여겼던 내용 중 일부는 “실제로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잠과 꿈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몇 년 전부터 불면증을 겪었다. 잠자는 방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잠을 잘 못 이루는 걱정에서 소설이 시작된 셈이다. 1980년대 과학기자로 활동할 때 자각몽을 꾸는 사람을 취재해 르포를 쓴 적이 있던 것도 계기가 됐다. 나도 의도적으로 자각몽을 꾸는 데 다섯 번 성공했다. 첫 자각몽은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잠에 대해 잘 알게 돼 더 잘 잘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작가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무언가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설을 쓰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자러 간다. 꿈에서 이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뇌가 ‘이렇게 써라’라고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꿈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생긴다. 쓰다가 막히면 자고, 자면서 아이디어가 생기고, 일어나면 또 쓴다. 자주 성공한다.”
▷꿈을 또 어떤 식으로 활용하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구로도 꿈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신랄한 질문을 던지기로 유명한 기자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엔 꿈에서 모의실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거다.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하는 순간이 많지 않나. 인생의 리허설을 해볼 수 있다. 어제 꾼 꿈을 다시 이어꾸는 것도 성공한 적 있다.”
▷꿈꾸는 것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밤마다 ‘극장에 간다’는 생각이 든다. 꿈의 극장 말이다. 자기 전엔 작은 의식을 치른다.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놓고, 수면의 깊이와 질에 관한 곡선을 그려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켠다. 아침엔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기억나는 꿈을 기록한다. 꿈을 꼭 해석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꿈꾸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겁다. 영화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신없고 뒤죽박죽이고 논리도 없는 영화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자주 ‘중년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한다. 20년 뒤 베르베르와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 텐가.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에는 출발지와 목적지, 가는 경로가 나온다.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구성을 짰다. 20년 뒤 나를 만나면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인생의 지혜에 대해 묻고 싶다. 노인이 된 나를 만난다면 ‘넌 너무 소심하게 살았다’는 핀잔을 듣지 않을까 싶다.”
▷20년 전의 베르베르를 만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도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어렸을 때 난 겁쟁이였다. 실업률이 높다는데 커서 직업은 찾을 수 있을지, 왕따가 되지는 않을지,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인생은 어차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작년 방한했을 때 만난 서울예고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이 크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가끔 실패해도 괜찮다, 내 말 믿어봐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6의 수면 상태에 들어간 주인공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중년이든 노년이든, 언젠간 ‘나는 좋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런 질문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자기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건 긍정적이고 건강한 일이다.”
▷유독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향수에 빠지는 나라가 아닌 것 같다. 미래를 향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한다. 한국은 미래의 아틀리에가 아닐까. 내 작품도 미래에 관한 얘기가 많기 때문에 친밀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개미》 《신》 《나무》 등을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가 ‘잠의 세계’라는 신대륙에 도전했다. 《제3인류》 이후 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잠》(열린책들)을 통해서다. 이 책은 잠의 깊이와 뇌파에 따라 구분되는 수면의 다섯 단계 이후 여섯 번째 단계가 실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제6의 수면 단계’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은 ‘자각몽(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 ‘어제 꿈 이어꾸기’부터 시간을 이동해 과거나 미래의 나와 마주하는 등 꿈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수면 과학에 베르베르만의 상상력을 덧대 완성된 책에 대한 궁금증을 작가에게 서면으로 질문했다. 베르베르는 꿈 이어꾸기 등 상상력에만 기반한 것이라고 여겼던 내용 중 일부는 “실제로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잠과 꿈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몇 년 전부터 불면증을 겪었다. 잠자는 방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잠을 잘 못 이루는 걱정에서 소설이 시작된 셈이다. 1980년대 과학기자로 활동할 때 자각몽을 꾸는 사람을 취재해 르포를 쓴 적이 있던 것도 계기가 됐다. 나도 의도적으로 자각몽을 꾸는 데 다섯 번 성공했다. 첫 자각몽은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잠에 대해 잘 알게 돼 더 잘 잘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작가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무언가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설을 쓰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자러 간다. 꿈에서 이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뇌가 ‘이렇게 써라’라고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꿈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생긴다. 쓰다가 막히면 자고, 자면서 아이디어가 생기고, 일어나면 또 쓴다. 자주 성공한다.”
▷꿈을 또 어떤 식으로 활용하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구로도 꿈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신랄한 질문을 던지기로 유명한 기자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엔 꿈에서 모의실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거다.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하는 순간이 많지 않나. 인생의 리허설을 해볼 수 있다. 어제 꾼 꿈을 다시 이어꾸는 것도 성공한 적 있다.”
▷꿈꾸는 것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밤마다 ‘극장에 간다’는 생각이 든다. 꿈의 극장 말이다. 자기 전엔 작은 의식을 치른다.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놓고, 수면의 깊이와 질에 관한 곡선을 그려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켠다. 아침엔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기억나는 꿈을 기록한다. 꿈을 꼭 해석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꿈꾸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겁다. 영화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신없고 뒤죽박죽이고 논리도 없는 영화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자주 ‘중년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한다. 20년 뒤 베르베르와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 텐가.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에는 출발지와 목적지, 가는 경로가 나온다.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구성을 짰다. 20년 뒤 나를 만나면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인생의 지혜에 대해 묻고 싶다. 노인이 된 나를 만난다면 ‘넌 너무 소심하게 살았다’는 핀잔을 듣지 않을까 싶다.”
▷20년 전의 베르베르를 만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도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어렸을 때 난 겁쟁이였다. 실업률이 높다는데 커서 직업은 찾을 수 있을지, 왕따가 되지는 않을지,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인생은 어차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작년 방한했을 때 만난 서울예고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이 크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가끔 실패해도 괜찮다, 내 말 믿어봐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6의 수면 상태에 들어간 주인공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중년이든 노년이든, 언젠간 ‘나는 좋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런 질문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자기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건 긍정적이고 건강한 일이다.”
▷유독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향수에 빠지는 나라가 아닌 것 같다. 미래를 향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한다. 한국은 미래의 아틀리에가 아닐까. 내 작품도 미래에 관한 얘기가 많기 때문에 친밀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