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없어도 산다…'부동산 쇼핑'에 꽂힌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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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세대의 재테크
20~30대 아파트 청약시장서 두각
친구들끼리 앱으로 분양정보 등 공유
전세가율 높아지면서 '갭 투자'에도 관심
20~30대 아파트 청약시장서 두각
친구들끼리 앱으로 분양정보 등 공유
전세가율 높아지면서 '갭 투자'에도 관심
회사원 임희정 씨(29) 통장에는 지난 1월부터 매달 월급 외에 45만원씩이 찍힌다. 2년 전 투자한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월세 수입이다. 임씨는 2015년 서울 마곡지구 역세권 오피스텔을 1억4500만원에 분양받았다. 입사 후 매달 100만원씩 4년간 저축해 모은 약 5000만원으로 계약금 10%와 일부 잔금을 치르고, 나머지 9500만원은 개인사업자 오피스텔 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집값의 최고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점을 이용했다. 임씨는 매달 대출 이자 25만원을 갚고도 20만원씩 수익을 내고 있다. 임씨 사례를 보고 친구들도 대학생을 상대로 월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신촌 일대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중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젊은 애들이 무슨 돈이 있어 부동산을 사느냐’는 건 옛말이다.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은 아파트 청약이나 ‘갭 투자’(높은 전세보증금을 낀 투자)처럼 상대적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와 최근 부동산시장 호황 등이 맞물려 주택시장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시장 주도하는 에코세대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미래 주거 트렌드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10년 뒤 주택시장의 중심 수요층이 50~60대에서 20~30대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20~30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로, ‘메아리처럼’ 출생 붐이 돌아왔다는 뜻에서 ‘에코세대’로도 불린다. 이들은 대체로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올 들어 주택 청약시장을 보면 주 수요층이 20~30대로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초 대림산업이 서울 염창동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염창’은 274가구 중 61%에 달하는 167명의 계약자가 20~30대였다. 지난해 말 금호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내놓은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 2차’도 전체 681가구 계약자 중 20~30대가 66%를 차지했다. 한화건설이 경기 김포시 풍무5지구에서 분양한 ‘김포 풍무 꿈에그린 2차’도 1070가구의 계약자 중 20~30대가 50%를 차지했다.
아파트에 당첨된 뒤 분양권을 전매해 양도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년차 직장인 유모씨(27)는 “친구들끼리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아파트 분양정보를 공유한다”며 “내 집 마련을 하면 좋겠지만 중도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땐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 수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 제한과 1순위 청약조건 등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분양권은 가장 쉬운 주택 구입 방법에 속한다.
◆지방 소형주택 갭 투자도
한동안 주춤하던 갭 투자도 목돈이 많지 않은 20~30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갭 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부동산을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서울에서 한 은행에 다니는 김보미 씨(31)는 얼마 전 대전의 전용면적 49㎡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중개수수료를 포함해 3000만원가량 들었다. 이 같은 ‘쌈짓돈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김씨가 매입한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7%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인터넷으로 주택 시세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지방 중소도시에는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많아 전세를 안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매입할 수 있는 곳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대신 전세보증금을 끼고 투자할 수 있는 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한편에선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무분별한 갭 투자는 주의해야 할 시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무리한 차입 투자는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부동산에 대한 재인식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모 세대들이 평생 아파트 평수 늘리는 데 집중해 부동산을 맹목적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고 자란 젊은 층들은 한동안 집 구매에 냉소적인 측면이 강했다”며 “하지만 꺼질 줄 알았던 시장이 몇 년 새 다시 상승기로 접어들자 오르는 집값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본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이 투자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와 비슷해지다 보니 집을 사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생겼다”며 “청년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들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충분한 소득 없이 은행 빚에 의존한 주택 마련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본명 문관식)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입주물량 급증 등의 이유로 집값이 떨어진다면 한순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신의 자산 규모와 위험 감내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지나친 차입은 자제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0~30대 젊은이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젊은 애들이 무슨 돈이 있어 부동산을 사느냐’는 건 옛말이다.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은 아파트 청약이나 ‘갭 투자’(높은 전세보증금을 낀 투자)처럼 상대적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와 최근 부동산시장 호황 등이 맞물려 주택시장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시장 주도하는 에코세대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미래 주거 트렌드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10년 뒤 주택시장의 중심 수요층이 50~60대에서 20~30대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20~30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로, ‘메아리처럼’ 출생 붐이 돌아왔다는 뜻에서 ‘에코세대’로도 불린다. 이들은 대체로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올 들어 주택 청약시장을 보면 주 수요층이 20~30대로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초 대림산업이 서울 염창동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염창’은 274가구 중 61%에 달하는 167명의 계약자가 20~30대였다. 지난해 말 금호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내놓은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 2차’도 전체 681가구 계약자 중 20~30대가 66%를 차지했다. 한화건설이 경기 김포시 풍무5지구에서 분양한 ‘김포 풍무 꿈에그린 2차’도 1070가구의 계약자 중 20~30대가 50%를 차지했다.
아파트에 당첨된 뒤 분양권을 전매해 양도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년차 직장인 유모씨(27)는 “친구들끼리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아파트 분양정보를 공유한다”며 “내 집 마련을 하면 좋겠지만 중도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땐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 수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 제한과 1순위 청약조건 등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분양권은 가장 쉬운 주택 구입 방법에 속한다.
◆지방 소형주택 갭 투자도
한동안 주춤하던 갭 투자도 목돈이 많지 않은 20~30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갭 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부동산을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서울에서 한 은행에 다니는 김보미 씨(31)는 얼마 전 대전의 전용면적 49㎡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중개수수료를 포함해 3000만원가량 들었다. 이 같은 ‘쌈짓돈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김씨가 매입한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7%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인터넷으로 주택 시세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지방 중소도시에는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많아 전세를 안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매입할 수 있는 곳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대신 전세보증금을 끼고 투자할 수 있는 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한편에선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무분별한 갭 투자는 주의해야 할 시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무리한 차입 투자는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부동산에 대한 재인식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모 세대들이 평생 아파트 평수 늘리는 데 집중해 부동산을 맹목적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고 자란 젊은 층들은 한동안 집 구매에 냉소적인 측면이 강했다”며 “하지만 꺼질 줄 알았던 시장이 몇 년 새 다시 상승기로 접어들자 오르는 집값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본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이 투자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와 비슷해지다 보니 집을 사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생겼다”며 “청년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들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충분한 소득 없이 은행 빚에 의존한 주택 마련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본명 문관식)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입주물량 급증 등의 이유로 집값이 떨어진다면 한순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신의 자산 규모와 위험 감내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지나친 차입은 자제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