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1~3월) 성장률이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서면서 경제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민간 소비가 아직 정체돼 있어 본격적인 성장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례적인 0.2%포인트 상향 조정

1분기 성장률은 1년 반 만에 최고치인 1.1%다. 한국은행이 한 달 전 내놓은 속보치(0.9%)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0.1%포인트의 조정이 이뤄지긴 하지만 0.2%포인트 조정은 드문 일”이라며 “속보치를 추계할 때 반영하지 못한 기업들의 실적 자료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속보치가 나왔을 때도 시장의 예상(0.6~0.7%)을 벗어난 ‘깜짝 성장’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잠정치는 이 수준도 넘어섰다. 1.1%의 분기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4%를 웃돈다.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연간 성장률이 3%대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건설·수출 활기에…0%대 성장 '지루한 늪' 탈출
1분기 성장을 이끈 건 건설업이다. 건설업 성장률은 5.3%로 잠정 집계됐다. 속보치(4.0%)보다 1.3%포인트 높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주거용과 비(非)주거용 모두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며 “당분간 건설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주축으로 한 제조업도 성장세가 가팔랐다. 1분기 2.1%의 성장률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0.4%)에서 4분기에 플러스(1.8%)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세계 경제가 회복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 증가율도 2.1%로 속보치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계·장비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2015년 4분기(2.1%) 이후 최고치다.

◆설비·건설투자도 호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움츠러들었던 기업들이 투자도 늘렸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4%로 지난해 4분기(5.9%)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1분기에 6.8%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7.6%) 이후 4분기 만에 가장 높다. 속보치보다도 1.5%포인트 뛰면서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주역이 됐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성장 기여도를 봐도 건설투자가 1.1%포인트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이끌고 건설경기 호조로 건설투자가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성장의 질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 3%대 달성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2분기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7월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부진한 내수는 여전히 과제

소비는 여전히 불안하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였다. 5분기 연속 0%대다. 지난해 4분기(0.2%)에 비해선 높아졌지만 2분기(0.8%), 3분기(0.6%) 등과 비교하면 낮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미루거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 컸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아직 수출과 투자 확대가 내수 회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고 수출 확대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