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한발 물러선 국정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였다. 공사가 30% 가까이 이뤄져 이미 1조5000억원이 투입됐고 원전 건설에 따른 보상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반발에 나서자 “원전의 전면 폐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전날 전국 20여 개 대학에 소속된 교수 230명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전문가 논의나 국민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성명서를 낸 것도 국정기획위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공동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산업부와 원안위로부터 각각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탈(脫)원전에 대한 의지와 대책이 부족하다”며 이날 다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및 이후의 모든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반발과 비판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주민들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을 항의 방문했다. 원자력공학과 등 에너지 관련 학과 대학교수 230명은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배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노동조합도 가세했다. 노조는 이날 ‘일방적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철회하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은 예정대로 건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애써 흘린 땀이 허공에 날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발전정책에 대한 공약은 추진될 것이다. 다만 국가적 에너지 수요를 감안하면서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