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수익률에 따라 운용보수를 달리 받는 신탁상품과 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은 성과에 관계없이 같은 수수료를 받아왔다. 수익률이 괜찮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에서도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수수료에 불만이 있었다.

은행들이 사전에 정한 목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아예 안 받거나 기존보다 절반만 받는 ‘착한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부터 판매 중인 ‘동고동락특정금전신탁’이 대표적이다. 2년 내 투자자가 선택한 목표수익률(4% 또는 6%)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익보수 0.3%를 받지 않는다.
주목받는 '착한' 은행신탁…"성과 낸 만큼 수수료 받겠다"
일반적으로 신탁상품은 가입 당시 선취 수수료로 투자금액의 1%를, 이후 매년 운용보수 성격으로 0.5%의 후취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상품은 선취 수수료를 기존보다 절반 수준인 0.5%로 낮춘 것은 물론 운용을 제대로 못 할 경우 후취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 상품은 출시 2개월여 만에 수탁액 24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도 지난 2월과 4월 각각 ‘KB착한신탁’ 시즌1과 시즌2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일정 기간 투자자를 모집한 뒤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조기 상환되는 신탁상품이었다. 이 상품 역시 6개월 내 사전에 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존보다 절반가량 싼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올 들어 증시가 상승 흐름을 펼친 덕분에 ‘KB착한신탁 시즌1’은 8억원가량 자금을 모아 배당성장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운용 1주일 만에 목표수익률(3%)을 달성하고 조기 상환됐다. 이어 4월 판매했던 ‘KB착한신탁 시즌2’도 5일간 25억원의 자금을 모아 경기방어주ETF에 투자해 목표수익률(5%)을 조기 달성하고 투자자들에게 상환됐다. 국민은행은 오는 10일 ‘KB착한신탁 시즌3’를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고객성과연동신탁’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인도네시아 ETF와 미국 고배당 ETF를 담아 운용 중이며, 6개월간 3%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연 1%의 후취 수수료를 절반만 받는다.

신탁상품에 이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성과보수펀드도 각각 2종, 3종을 내걸었다. 수익률에 따라 성과보수를 받는 것은 사모펀드에만 적용되던 방식이었지만 공모펀드에도 이 같은 수수료 체계를 적용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