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에 세계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6개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214억5400만달러(약 24조600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순유입액(277억8200만달러)의 77%다.

이 중 인도 증시에 순유입된 자금이 71억14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대만과 한국 증시에도 각각 66억9800만달러, 55억94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대표적 위험 자산인 신흥국 주식 투자를 늘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자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3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11주 연속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누적 순유입액은 220억달러(약 24조7000억원).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북미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신흥국 펀드에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 등 신흥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증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공격적 성향을 지닌 투자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단기 급락한 신흥국 주식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브라질 주식형 펀드에는 지난주에만 7억85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MSCI이머징마켓지수 기준)는 올 들어 17% 상승했다. 선진국 증시 상승률(9%·MSCI월드지수 기준)의 두 배에 가깝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