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키맨 떠오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에서 나온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 증언이 주목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난 2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나 삼성 측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부탁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 결과를 부인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당사자로 꼽혀 온 인물이다.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와 압력이 있었다는 특검의 정황 증거 제시가 1차 때 기각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 때 발부되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재판 직후 만난 정 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삼성 측으로부터 어떤 압력이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특정 안을 강요하거나 결정을 빨리 내리라는 안 전 수석의 요청을 전달받았다면 오히려 내가 크게 화를 냈을 것”이라고 했다. “차관급인 경제수석이 부하 직원을 시켜서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지시나 요청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의 이런 설명은 삼성 측 로비를 받은 공정위가 삼성이 매각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특검 기소 내용과 크게 다른 것이다.

정 위원장은 안 전 수석과 고향 선후배 사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친밀도나 인연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이 (2014년 6월) 청와대 경제수석이 된 직후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 주선으로 한 번 점심을 했다”면서도 “당시 식사가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은 탓에 뒤에 따로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좋지 않은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세 살 많고 직위도 높은 데 안 전 수석이 겸손하지 않은 행동을 보여 불쾌한 감정을 가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 실무진들이 선호한 ‘1000만주 매각안’ 대신 ‘500만주 매각안’으로 결정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두 안이 모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실무진 답변을 수차례 확인하고 소액주주와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을 고심 끝에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무진들이 1000만주 매각안을 선호한 것은 국회와 언론에서 삼성특혜설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차후 감사원 등에서 표적감사를 받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