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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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우리나라 총 가구수가 2000만 가구쯤 되니 두세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시장도 커져서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건 '사료'입니다. 홀리스틱, 오가닉 등 고품질 재료를 사용한 고급 사료는 물론이고 생고기를 그대로 말린 '로가닉(raw+organic, 가공하지 않은 단백질원을 그대로 가공한 제품)'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트 사료'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저급 사료만 취급하던 대형마트들 역시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코너를 확대하며 각종 고급 사료들을 전면에 내놓고 있죠.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몰리스 펫샵'을 운영하며 냉장 사료 코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려동물의 사료를 살 때마다 드는 고민이 있습니다. 이 사료는 홀리스틱급일까? 오가닉일까? 왜 사료 제조업체들은 사료등급을 표시하지 않을까? 매번 새 사료를 살 때마다 이 사료가 무슨 등급인지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도 번거로운데 말이죠.

정답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 사료 등급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라미드형 사료 등급은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오는 유명한 표입니다. 사료를 5개 등급으로 나눠 1등급이 유기농(오가닉), 2등급이 홀리스틱, 3등급은 슈퍼 프리미엄, 4등급은 프리미엄, 5등급은 마트용 사료라는 식이죠. 요즘은 유기농 위에 로가닉을 넣어 6개 등급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등급입니다. 우리가 사료 등급을 이야기할 때 주로 인용하는 미국 농무부(USDA)와 미국사료협회(AAFCO)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피라미드식 사료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홀리스틱'이라는 용어는 동물 사료에 관련된 법규로 정의되지 않은 용어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제조사든 사용된 원재료와 상관없이 '홀리스틱'이라는 용어를 써도 불법이 아닙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원료로 만든 사료'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휴먼 그레이드(휴먼 퀄리티) 역시 오용되는 경우가 많은 단어입니다. 휴먼 그레이드나 휴먼 퀄리티는 사람용 음식 제조 공장에서 만든 사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용어입니다.

오가닉과 내츄럴은 각각 USDA와 AAFCO가 인증하는 용어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사료'나 '화학적 처리 없이 천연재료로 만든 사료'를 의미할 뿐 다른 사료와의 등급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힐스펫뉴트리션의 백정은 팀장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료 등급은 근거가 별로 없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등급 피라미드를 믿고 있다"며 "원료에 집착하는 사료 등급보다는 영양 균형과 생산공정 등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영양 문제가 있는 반려동물의 대부분은 영양실조가 아닌 영양 과다가 문제라고 합니다. 반려동물 사료를 고를 때 영양 밸런스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2+한우 등심으로 만들었다고 무조건 좋은 식사가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신선한 야채와 적절한 간, 균형있는 전채와 후식이 함께 해야겠죠. 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원료는 좋은 사료의 한 부분일 뿐. 다른 부분들이 함께 해야 좋은 사료가 완성될 겁니다. 물론 그 다른 부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내 아이처럼 사랑해 주는 보호자 아닐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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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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