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세포배양에 4주 소요, 자동 배양시스템으로 2주 단축
분당서울대병원 등서 연구용 사용…중국기업과 배지 공급 협약 체결도
2025년 줄기세포치료제 생산 "세계 점유율 10% 목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가 시장에 나온지 5년이 지났지만 줄기세포치료제 판매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보수적인 의료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탓에 생산 단가가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는 이같은 줄기세포치료제의 한계에 주목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약 7~8년간의 연구 끝에 성분이 안전한 배지(세포 배양액) 개발 기술과 대량생산 체제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 배지 공급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줄기세포치료제 산업화에 초점
이 대표는 “줄기세포치료제는 아직 안전성, 생산성 측면에서 시장성이 부족하다”며 “높은 안전성이 입증되면 해외에서 허가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2015년 설립됐지만 그 전부터 이 대표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상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연구개발(R&D)을 했다. 두 사람은 특히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인자와 호르몬 등이 포함된 제품인 배지에 주목했다. 세포들이 배지를 먹고 자라는 만큼 안전한 배지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교수는 2012년 일본에서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 기술을 도입했다.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는 화학성분을 이용해 만든 배지다. 소의 피 등을 활용해 만드는 우태아혈청 배지는 현재 줄기세포치료제를 배양하는 데 주료 사용되지만 구체적인 성분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동물 유래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는 어떤 성분을 이용해 배지를 만들었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높다.
박 교수는 기술도입 후 3~4년에 걸쳐 기술을 검증하고, 자체적으로 성분을 개발해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는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현재 다국적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론자와 엑셀세라퓨틱스 뿐”이라며 “론자의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는 성장인자를 추가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무혈청 화학 조성배지를 이용해 배지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세계 배지 시장은 2014년 65억원에서 2022년 113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 3월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 줄기세포 배양 배지 생산 시설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9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 줄기세포치료제 기업과 배지 공급 협약도 맺었다. 이 회사의 배지는 분당서울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에서 연구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대량생산 체제 갖춰…“세포배양 기간 절반으로 줄여”
생산성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요소다. 줄기세포치료제 생산 과정은 수작업 비중이 높다. 필요한 세포 양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대량생산도 쉽지 않다. 생산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줄기세포치료제가 비싼 이유다. 줄기세포치료제는 1회 주사 가격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자동배양시스템 기기를 활용해 대량생산 기술과 체제를 확보했다. 해외에서 자동배양시스템 기기를 들여와 자체 개발한 배지를 적용하고, 용량을 늘리는 등 7~8년에 걸쳐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120억개의 세포를 배양하는데 4주 정도가 소요됐지만 자동 배양 시스템 도입으로 이 기간이 절반으로 짧아졌다. 인력도 60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총 비용은 3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전문 CMO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간경변 세포유전자 치료제, 피부 궤양 유전자 치료제, 연골 줄기세포 치료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간경변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올해 전임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투자 유치와 배지 공급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생산 부문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