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 농어촌으로"…정부 '고향세' 추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고향세’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낸 도시민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자는 게 취지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향세를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달 초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고향세 도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재정 확충” 여당서 잇단 법안 발의

고향세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지방 재정 분권’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은 지방의 건의를 받아들여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전액 소득공제해주고, 10만원 이상 금액은 일부를 공제해주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농어촌 지역 지자체들은 지난 수년간 고향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예산 기준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83.3%에 달한 반면 전남(26.2%) 전북(28.6%) 강원(29.1%) 등 9개 광역자치단체는 전국 평균(53.7%)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 대통령 당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고향세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1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민은 연 소득세액의 10%까지 본인이 지정한 지자체의 세입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00만원까지 기부금 공제 법안도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달 15일 고향기부금 제도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했다. 전 의원 안은 고향세를 기부금으로 정의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공약과 거의 비슷하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하위 20% 이하인 지자체에 도시민 1인당 연간 100만원까지 고향기부금을 내고 이를 세액공제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의원은 소득세액 공제 등 구체적인 세제혜택 제공 방안도 제시했다. 기부금액 중 10만원까지는 110분의 100, 10만원 초과 금액은 해당액의 100분의 15를 종합소득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했다. 지방소득세도 종합소득세 공제액의 100분의 10만큼 돌려준다.

두 법안은 고향세의 정의와 납부 방식, 신청 자격, 접수 가능 지역, 한도액 등에서 차이점이 많다. ‘홍의락안’은 소득세법 하나만 개정하면 된다는 점에서 무려 4개 법안에 걸쳐 있는 ‘전재수안’보다 단순한 편이다. 대신 홍의락안은 중앙(국세)에서 지방으로 세수를 바로 이전하는 효과가 훨씬 크고 급진적인 만큼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 일본 고향세 사례 분석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納稅)’란 이름의 고향납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시민이 특정 지자체를 정해 기부하면 소득공제와 함께 일정액의 주민세를 돌려받는 구조다. 일본의 고향세는 처음 수년간 증가폭이 미미하다가 2014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기재부는 고향세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세제실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의된 법안은 대부분 국세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구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지자체 간 세입 불균형 문제가 심해질 우려도 있어 따져볼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민간 전문가들도 “한국 사회 고질병인 지역 연고주의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등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