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포장도 '욱일기 딱지'…도 넘는 반일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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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줄무늬만 들어가면 소재 불문 친일로 몰아붙여
버거킹 "게 모양 디자인일 뿐"
표현의 자유 억압 위험 수위…"지나친 민족주의 콤플렉스"
버거킹 "게 모양 디자인일 뿐"
표현의 자유 억압 위험 수위…"지나친 민족주의 콤플렉스"
“포장지 도안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면 실패한 디자인입니다.” “단순히 대게 모양을 형상화한 거 아닌가요.”
햄버거 포장지를 둘러싼 뜬금없는 ‘친일 논란’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버거킹이 지난달 출시한 ‘붉은대게 와퍼’ 포장지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며 일부 네티즌이 거칠게 항의 중이다. 패스트푸드에까지 친일 딱지를 붙이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붉은 줄무늬 들어갔다고 욱일기?
‘붉은 대게’를 시각화한 디자인이 욱일기 문양과 비슷한 데서 논란이 출발했다. 붉은 게딱지는 일장기를, 게다리는 햇빛을 형상화한 욱일기의 직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거진 것이다. ‘친일 기업’이라며 버거킹에 거센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버거킹 측은 “게 모양을 보이는 그대로 형상화했을 뿐”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욱일기는 일출을 형상화한 옛 일본 제국의 군기(軍旗)다. 중앙부 원에서 붉은 직선이 뻗어 나가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국과 중국 등 일제 강점을 겪은 국가에서는 제국주의와 전쟁 범죄의 상징으로 통한다.
욱일기 논란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명사들도 한 번 걸리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다. 연예인 정찬우 씨는 2014년 붉은 줄무늬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욱일기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정씨는 “어찌 됐든 제 잘못”이라며 사과해야 했다.
욱일기 논란은 사회 전 분야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전개될 때가 많다. 몇 년 전에는 경기 고양시 화정역 앞 광장을 공중에서 본 모양이 욱일기를 닮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 분수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설계자의 해명도 여론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 위협…반한 정서 부르기도
툭하면 터지는 욱일기 논란은 과도한 민족주의와 민족주의적 콤플렉스라는 복잡한 정서가 출발점이다. 한 문화비평가는 “대게 문양에서 욱일기를 연상하는 건 난센스”라며 “민족주의에 경도된 빗나간 혐일”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늘 그렇듯 욱일기 논란도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일종의 콤플렉스 기제의 작동”이라고 진단했다.
반일·혐일정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위험 수위로까지 진화 중이라는 평가다. 《제국의 위안부》 출간 뒤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법원은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치 판단 문제”라며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사법부도 친일파”라는 일각의 감정적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한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욱일기 문양은 시선집중 효과가 있는 보편적 디자인”이라며 “후광이나 햇살을 표현한 단순 도안도 논란을 의식해 쓰지 않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욱일기 논란이 오히려 반한정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2014년 건물 외벽에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며 브루클린의 한 은행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욱일기를 연상할 정도의 그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당시 그 은행은 벽화를 지웠다. 뉴욕 거주 재미동포 A씨(39)는 “독일인이 한국 사찰의 만(卍)자를 보고 나치 문양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겠느냐”며 “과도한 혐일은 한국 이미지를 저하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붉은 줄무늬 들어갔다고 욱일기?
‘붉은 대게’를 시각화한 디자인이 욱일기 문양과 비슷한 데서 논란이 출발했다. 붉은 게딱지는 일장기를, 게다리는 햇빛을 형상화한 욱일기의 직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거진 것이다. ‘친일 기업’이라며 버거킹에 거센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버거킹 측은 “게 모양을 보이는 그대로 형상화했을 뿐”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욱일기는 일출을 형상화한 옛 일본 제국의 군기(軍旗)다. 중앙부 원에서 붉은 직선이 뻗어 나가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국과 중국 등 일제 강점을 겪은 국가에서는 제국주의와 전쟁 범죄의 상징으로 통한다.
욱일기 논란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명사들도 한 번 걸리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다. 연예인 정찬우 씨는 2014년 붉은 줄무늬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욱일기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정씨는 “어찌 됐든 제 잘못”이라며 사과해야 했다.
욱일기 논란은 사회 전 분야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전개될 때가 많다. 몇 년 전에는 경기 고양시 화정역 앞 광장을 공중에서 본 모양이 욱일기를 닮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 분수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설계자의 해명도 여론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 위협…반한 정서 부르기도
툭하면 터지는 욱일기 논란은 과도한 민족주의와 민족주의적 콤플렉스라는 복잡한 정서가 출발점이다. 한 문화비평가는 “대게 문양에서 욱일기를 연상하는 건 난센스”라며 “민족주의에 경도된 빗나간 혐일”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늘 그렇듯 욱일기 논란도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일종의 콤플렉스 기제의 작동”이라고 진단했다.
반일·혐일정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위험 수위로까지 진화 중이라는 평가다. 《제국의 위안부》 출간 뒤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법원은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치 판단 문제”라며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사법부도 친일파”라는 일각의 감정적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한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욱일기 문양은 시선집중 효과가 있는 보편적 디자인”이라며 “후광이나 햇살을 표현한 단순 도안도 논란을 의식해 쓰지 않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욱일기 논란이 오히려 반한정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2014년 건물 외벽에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며 브루클린의 한 은행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욱일기를 연상할 정도의 그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당시 그 은행은 벽화를 지웠다. 뉴욕 거주 재미동포 A씨(39)는 “독일인이 한국 사찰의 만(卍)자를 보고 나치 문양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겠느냐”며 “과도한 혐일은 한국 이미지를 저하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