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중계될까…'판사에 물어봐'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처럼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재판을 방송 중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위해 생중계를 허용하자는 여론과 인격권 침해라는 비판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전날 2900여 명의 전국 판사들에게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행정처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커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을 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9일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설문에는 중계에 대한 찬반과 함께 △판결 선고 중계에 찬성하는지 △최종변론 중계에 찬성하는지 △중계 허용 범위를 명문화할지 등의 문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중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도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특정 사건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재판의 생중계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설문 결과에 따라 재판 중계를 금지하는 현행 규정이 개정될 경우 1심 최후변론이나 선고를 TV로 지켜볼 수도 있게 된다.

앞서 행정처는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달 23일에도 형사재판을 맡는 전국 1·2심 형사재판장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중계를 일부라도 허용하자는 응답이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인인 경우 피고인의 의사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적 이익이 더 중요하다’란 의견이다.

알 권리가 중요하지만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의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생중계가 되면 재판이 여론에 영향을 더 받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방청객을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재판 공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마당에, 생중계까지 이뤄지면 재판이 ‘황색 저널리즘’에 물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법원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재판 시작 전 법정 촬영만 허용하고 있다. 본격적인 공판·변론 개시 후에는 어떤 녹음·녹화·중계도 불허된다. 이는 상위법령인 법원조직법 제57조와 헌법 제109조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한 것과 상충돼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