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풍이 막은 미세먼지…"발전소·경유차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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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쪽 북서풍 물러가자 서울 공기 한 달째 '깨끗'
미세먼지 중국 요인 40%? 55%? 70%?…실체 파악도 못한 정부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배출량 통계도 들쑥날쑥
정확한 조사·분석 없이 화력발전·경유차 규제땐
공기질 개선하지 못하고 애꿎은 산업계만 피해
미세먼지 중국 요인 40%? 55%? 70%?…실체 파악도 못한 정부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배출량 통계도 들쑥날쑥
정확한 조사·분석 없이 화력발전·경유차 규제땐
공기질 개선하지 못하고 애꿎은 산업계만 피해
올봄 내내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사라진 지 벌써 한 달이 가까워져 온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찍힌 경유자동차가 일제히 시동을 끈 것도 아니고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것도 아니다. 지난 1일부터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8기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더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하루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2㎍/㎥로 지난달 9일(125㎍/㎥) 후 28일째 ‘좋음’(30㎍/㎥ 미만)이나 ‘보통’(3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주의보(150㎍/㎥ 이상 두 시간 지속)가 내려진 것도 지난달 9일이 마지막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을 뒤덮던 미세먼지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한반도의 기류와 바람 방향이 바뀐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봄철에는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북서풍을 타고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온다.
5~6월부터는 한반도 북동쪽에 있는 오호츠크해 부근의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남동풍이 불기 시작한다. 이 영향으로 바람 방향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한반도에서 중국 쪽으로 바뀐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최근 대기 질이 좋아진 것은 남동풍이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경유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강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방향 착오”(한 정유업체 임원)라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자동차를 퇴출시키고 노후 원자력·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 15일 업무지시 3호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을 지시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남동풍이 부는 여름과 대기순환이 활발한 가을에는 덜하고, 북서풍과 편서풍 영향을 받는 겨울과 봄에 짙어지는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오염원을 규제하기에 앞서 중국 등 해외 요인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섣불리 경유차를 퇴출시켰다가 미세먼지 완화에 도움이 안 되면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국내 전문기관들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에서 날아온 먼지 비중이 어느 정도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평균 40%, 서울시는 55%, 민간 전문가들은 40~70%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조차 정확한 실측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 문제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중국 쪽 요인의 비중이 높다면 경유차 퇴출이나 화력발전소 셧다운의 공기 질 개선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세먼지의 배출 원인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야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저감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또 다른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대기환경학회는 올해 1분기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의 76% 정도가 중국 몽골 등 해외 쪽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학회는 “1분기에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 날은 75일로 작년(19일)에 비해 56일이나 늘었다”며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틀 간격으로 국내에 유입된다는 것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경유차와 미세먼지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2004~2013년 경유 소비량은 9.3% 늘었지만 같은 기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58% 줄었다. 또 2001년 31%였던 도로이동 오염원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2004년 46.2%로 올랐다가 2007년엔 23.5%로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엔 10%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해외도 비슷하다. 경유차가 증가한 독일에선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줄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에 등록된 경유차는 2001년 636만 대에서 2016년 1453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경유차 등록 비율도 15%에서 32%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 미세먼지 배출량은 20년 전에 비해 무려 6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과 배출량 통계가 들쑥날쑥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작년 6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경유차(29%)가 가장 높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배출 비중 순서가 달라진다. 공장 등 사업장(41%)이 1위고, 건설기계(17%) 발전소(14%) 순으로 경유차(11%)는 네 번째였다.
미세먼지 측정의 신뢰도 문제도 제기된다. 감사원이 지난해 4월 내놓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운용하는 미세먼지 자동 측정기 108대 중 17대가 오차율 10%를 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
6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하루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2㎍/㎥로 지난달 9일(125㎍/㎥) 후 28일째 ‘좋음’(30㎍/㎥ 미만)이나 ‘보통’(3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주의보(150㎍/㎥ 이상 두 시간 지속)가 내려진 것도 지난달 9일이 마지막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을 뒤덮던 미세먼지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한반도의 기류와 바람 방향이 바뀐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봄철에는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북서풍을 타고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온다.
5~6월부터는 한반도 북동쪽에 있는 오호츠크해 부근의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남동풍이 불기 시작한다. 이 영향으로 바람 방향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한반도에서 중국 쪽으로 바뀐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최근 대기 질이 좋아진 것은 남동풍이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경유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강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방향 착오”(한 정유업체 임원)라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자동차를 퇴출시키고 노후 원자력·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 15일 업무지시 3호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을 지시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남동풍이 부는 여름과 대기순환이 활발한 가을에는 덜하고, 북서풍과 편서풍 영향을 받는 겨울과 봄에 짙어지는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오염원을 규제하기에 앞서 중국 등 해외 요인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섣불리 경유차를 퇴출시켰다가 미세먼지 완화에 도움이 안 되면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국내 전문기관들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에서 날아온 먼지 비중이 어느 정도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평균 40%, 서울시는 55%, 민간 전문가들은 40~70%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조차 정확한 실측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 문제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중국 쪽 요인의 비중이 높다면 경유차 퇴출이나 화력발전소 셧다운의 공기 질 개선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세먼지의 배출 원인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야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저감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또 다른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대기환경학회는 올해 1분기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의 76% 정도가 중국 몽골 등 해외 쪽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학회는 “1분기에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 날은 75일로 작년(19일)에 비해 56일이나 늘었다”며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틀 간격으로 국내에 유입된다는 것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경유차와 미세먼지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2004~2013년 경유 소비량은 9.3% 늘었지만 같은 기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58% 줄었다. 또 2001년 31%였던 도로이동 오염원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2004년 46.2%로 올랐다가 2007년엔 23.5%로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엔 10%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해외도 비슷하다. 경유차가 증가한 독일에선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줄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에 등록된 경유차는 2001년 636만 대에서 2016년 1453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경유차 등록 비율도 15%에서 32%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 미세먼지 배출량은 20년 전에 비해 무려 6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과 배출량 통계가 들쑥날쑥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작년 6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경유차(29%)가 가장 높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배출 비중 순서가 달라진다. 공장 등 사업장(41%)이 1위고, 건설기계(17%) 발전소(14%) 순으로 경유차(11%)는 네 번째였다.
미세먼지 측정의 신뢰도 문제도 제기된다. 감사원이 지난해 4월 내놓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운용하는 미세먼지 자동 측정기 108대 중 17대가 오차율 10%를 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