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이후로 한국은 오랫동안 통수권자 부재 상태가 지속된 탓에 북핵 문제 대응에서 배재돼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른 시일 내에 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4강국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소원해진 한·일 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와 관련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로 불리는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대 교수(사진)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일간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쿠조노 교수가 양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아베 총리를 통해 한·미·일 동맹의 핵심축인 한·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쿠조노 교수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 총리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접근법을 매개로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깊은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 구축이 필수적인 한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는 데 일가견이 있는 아베 총리로부터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친북·좌파’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본 언론에선 문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미·일 3국간 대북제재 공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저서에서 친일파 청산을 언급했고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반일(反日)’ 성향이 강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

오쿠조노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근거가 약한 편견일 뿐”이라며 “일본인들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급격히 악화됐던 한·일 관계 기억에만 의존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문 대통령도 반일 성향의 정치인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대선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위안부나 과거사 문제에선 원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경제와 안보,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 등의 분야에서 일본과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치권의 대표적인 지일파 인사인 이낙연 전남지사를 첫 총리로 임명한 점도 일본으로선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일본내 우려와 달리 문 대통령 집권기간 안보 분야와 대북정책의 ‘진보’ 색체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북압박 정책의 틀은 상당 부분 한국이 주도했는데 진보정권이 들어섰다고 갑작스럽게 정책기조를 바꾸는 것은 국제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외자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쓰는 외국기업을 제재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것을 추진한다면 국제사회가 가는 방향과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