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사진)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방송 개혁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신임 차관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뒤에 임명한 인물이다. 임기가 보장되는 방통위원을 해임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승진 인사로 자연스레 자리를 내놓게 했다는 분석이다.

김 차관의 승진으로 대통령과 여당은 5명의 방통위원 가운데 3명 모두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임명된 김 차관은 2020년 4월까지 임기가 예정됐지만 임명 두 달 만에 미래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통위원은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2명, 여당 1명,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명을 추천한다. 한국당 추천 김석진 위원과 국민의당 추천 고삼석 위원장 대행을 제외하고 정부·여당 몫인 3개 자리가 공석이다. 정부·여당은 신임 방통위원을 선임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 정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김 차관을 승진 인사하면서까지 방통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언론 개혁을 위한 문 대통령의 사전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통위원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를 추천할 권한이 있다. 이들 이사회는 사장의 선임과 해임 권한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에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날선 비판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금 국민은 적폐 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적폐 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대통령이 탄핵되고 중요 범죄의 피의자로 구속되니 마니 하는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미래부 차관 인사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임기 3년을 보장하는 상임위원을 돌연 미래부로 보낸 것은 방송 장악을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전례 없는 방통위원 빼가기 인사이며 언론 장악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방송 개혁과 함께 문 대통령이 공약한 ‘가계 통신비 인하’를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서도 방통위원의 과반 확보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 △단말기 지원금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기업 스스로 통신비 인하 유도 등을 약속했다. 통신 사업자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를 통해 통신비 인하 정책을 적극 펼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는 이유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