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과 크루거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실력있는 학생이 겸손하기까지 해서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 대해 잘 모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능력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잘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는 말이나 버트런드 러셀의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 반면,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아픔”이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뉴스에서 예방접종을 하지 말고 아이를 키우자는 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단편적인 증거와 접종하지 않았을 때의 부분적인 성과를 확대 해석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더닝 크루거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예방접종 문제의 복잡성을 진정 이해한다면 확신에 차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에 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기 쉽다.
변호사도 더닝 크루거 효과를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다. 처음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변호사지만 몇 년 지나 나름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 실력자인 양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연차가 늘고 경험이 쌓여 기존에 보지 못한 다른 부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모르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변화 과정을 극복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실력자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된다.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경구 역시 “네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동시에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항상 자신이 아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배우는 자세를 갖추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고원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wonseok.ko@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