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전 부재 드러낸 '통상부문 줄다리기'
정부조직개편에서 통상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에 그대로 남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평소에 기자와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외교부 직원들은 허탈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외교부 고참 간부는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부는 통상 부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지만 우리는 ‘당연히 외교부로 넘어올 텐데 무슨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팔짱만 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외교부 직원은 “외교부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북핵 문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 복잡한 국내외 상황에 휘둘리는 사이 통상 부문을 되찾아 오기 위해 100% 힘을 쏟지 못한 걸 반성한다”고 전했다.

외교 및 통상 관련 전·현직 관료들은 “통상 부문의 외교부 이관 문제만큼은 부처 이기주의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 고위 인사, 그리고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통상 분야 전략가가 드물다. 예비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부재한 것도 사실이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산업부에서 통상 부문이 그동안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탈통’(통상 관련 부서는 탈출하고 싶다는 뜻)이란 말을 들어봤다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4시간 동안 대외 통상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과거엔 외교통상부가 통상 전문 엘리트를 키운 산실이었는데 지금은 그 맥이 사실상 끊어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는 외교부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 산업부에서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산업부 안에 통상 부문이 존재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위해 더 나을 수 있다. 어쨌든 통상 부문을 두고 벌인 외교부와 산업부 간 줄다리기 승자는 산업부였다. 산업부에 차관직제인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번 기회에 산업부도 10~20년 앞을 내다보고 통상 인재를 키울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미아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