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 감시로 되레 존재감 커질 것"…보수단체들 절치부심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9년 만의 정권 교체에 낙담하는 분위기가 많다. 동시에 ‘재도약의 기회’라며 절치부심 각오를 다지는 모습도 뚜렷하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할 기회가 왔다”(전삼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비정부기구의 본령에 맞게 정책 비판과 대안 제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전삼현 사무총장은 “입법·사법·행정·언론에 이은 ‘제5부’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이념과 관계 없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어긋나는 정책은 비판하고 잘된 정책은 칭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도 “보수의 견지에서 진보 성향인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편향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정책이라면 이념과 관계없이 기꺼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자유총연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3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을 모두 지원하기는 힘들다”며 “통일을 염원하는 민간단체로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가 보수성향 시민단체에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부 군소 시민단체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관제 데모’를 한다는 의혹은 정권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 유력 보수성향 시민단체 대표는 “그동안 보수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부 단체 때문에 멀쩡한 보수성향 시민단체도 싸잡아 비난받았다”며 “지원금이 끊긴 관변단체들이 자연적으로 도태되면서 정상적인 보수단체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원 예산 삭감은 뼈아프다는 반응이다. 자유총연맹의 올해 예산은 당초 정부안인 5억원에서 50% 깎인 2억5000만원에 그쳤다. 자유총연맹과 함께 국고 지원을 받는 국민운동 3단체인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예산도 정부안보다 각각 10% 삭감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