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인터넷 최저가 가전제품은 정품이 아니다?
# 가전업체에 종사하는 A씨는 에어컨을 구매하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30% 할인율이 적용되는 직원가보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게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잔 생각에 인터넷에서 에어컨을 장만했다. 그러나 구입한지 얼마 안돼 인터넷에서 파는 제품은 정품이 아닌데다 싸구려 부품을 쓴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에어컨을 볼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대리점, 양판점, 백화점, 홈쇼핑 혹은 인터넷을 통해 가전 제품을 구매한다. 예전엔 가전 제조사들이 대리점을 통해 같은 가격에 같은 제품을 판매했다. 이제는 다양한 유통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가격은 천차만별이 됐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전부터 비싼 곳보다 싼 곳을 찾는 게 일이다. '판매점에서 00만원인데 인터넷에선 00만원이더라'라는 식의 떠도는 말들은 이젠 당연한 시대가 됐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구매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품질을 따지지 않는 건 아니다. 저가에 사면서도 '왜 이렇게 싸지?'라는 자문에 '문제가 있는 제품인가'라는 자답을 반복하기 일쑤다.

겉으로 보기에 같아보여도 더 싼 가전 제품은 품질이 다른걸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 홈쇼핑에서 싸게 파는 제품들은 정품이 아닐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각 판매처들의 유통구조와 취급 제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백화점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제조사 판매점들은 제조사가 원래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한다/사진=이진욱 기자
백화점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제조사 판매점들은 제조사가 원래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한다/사진=이진욱 기자
◆백화점·판매점, 옵션 완비된 제품...출고가와 차이 없지만 신뢰도 높아

백화점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판매점들은 기사나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같은 제품을 같은 출고가격에 판매한다. 제조사가 원래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한다는 말이다. 출고가격에서 각 판매처별로 가격 조정은 다소 있지만 큰 차이가 날 정돈 아니다.

이 판매처들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하고 제품 브랜드를 걸고 영업중이라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A/S(애프터서비스)도 강점이다. 백화점의 경우 고객 대신 A/S센터에 접수를 해주기도 한다. 비싼만큼 서비스가 강화된 셈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대한 브랜드 신뢰도가 있다면 더욱 선호도가 높다. 이사나 혼수, 아파트 입주시에 여러가지 가전제품을 장만하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판매점들은 다양한 캐시백(현금으로 돌려주는 행사) 혜택이나 각 제품들마다 걸려있는 이벤트 응모도 가능하다.

하지만 막상 백화점을 찾더라도 스마트폰으로 해당 제품의 가격을 검색해보면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비슷한 모델에 싼 가격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실컷 구경하고 그냥 가는 까닭도 소비자들이 '어쩐지 손해보는 기분'을 지울 수 없어서다.

◆양판점·홈쇼핑·인터넷, 일부 기능 뺀 '전용모델'로 가격 낮춰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거나 살 제품들이 많지 않을 경우, 특히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고 싶을 때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프라이스킹 등과 같은 양판점(量販店)이다.

양판점은 말 그대로 대량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다. 다양한 브랜드들을 비교할 수 있고 할인 행사가 많다보니 소비자들이 선호도가 가장 높다. 무엇보다 백화점이나 브랜드 판매점보다 가격이 낮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양판점 제품들은 백화점, 판매점의 제품과 디자인과 사양은 같은데 뭔가 다른 '한끗'이 있다. 바로 '전용모델'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전용모델은 가전 제조사들이 양판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의 요구에 따라 단가를 낮춰 공급하는 제품이다. 일부 기능을 빼고 가격 경쟁력을 택한 제품인 셈이다.

꼼꼼한 소비자들이라면 판매점에서 봤던 제품을 양판점에서 찾으면 몇몇 차이점이 발견할 수 있다. 모델명도 조금씩 다르다. 모델명의 알파벳이나 숫자가 차이나는 게 보통이다. 전용모델은 냉장고 내부에 살균청정 기능이 빠지기도 하고, 진공청소기의 브러시 수가 줄기도 한다. TV는 패널 코팅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가전 양판점 관계자는 "냉장고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싼 재질로 마감하거나 LED(발광다이오드)라이팅처럼 없어도 될만한 기능을 빼면서 단가를 낮춘다"며 "예전엔 냉장고 외면 꽃 무늬 프린트를 몇 개 빼고 더 싸게 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양판점,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전용모델(오른쪽)은 살균청정 기능 등 일부 기능을 빼면서 가격이 저렴해진다/사진=이진욱 기자
양판점,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전용모델(오른쪽)은 살균청정 기능 등 일부 기능을 빼면서 가격이 저렴해진다/사진=이진욱 기자
◆가격 싸다고 품질 하자 없어A/S도 가능

양판점 보다 더 싼 가격을 찾아 가는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다.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은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통로다. 양판점처럼 전용모델을 취급하는데다가 중간 유통과정도 생략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장 운영비도 따로 들지 않는다.

물론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가전제품은 A/S가 안된다'는 소문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구입후 제품등록번호만 알면 A/S를 받을 수 있다. 전용모델일 뿐이지 정품이기에 A/S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 가전은 정품이고 품질 하자도 없다. 각기 다른 유통 구조와 모델 차이로 가격차가 날 뿐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동일 제품일 경우 핵심 부품은 모든 판매처가 같다. 기본적인 품질 차이는 없다는 얘기"라며 "전용모델은 모델명이 다르고 일부 기능이 빠졌을 뿐 본연의 기능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가격적인 면에선 인터넷·홈쇼핑·양판점이, 기능으로 보자면 백화점·판매점의 제품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가격을 중시한다면 일부 기능이 빠진 온라인쇼핑몰을, 직접 제품을 보고 사면서 착한 가격을 원한다면 양판점이 좋다. 모든 기능과 보이지 않는 부품까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백화점·판매점 제품을 사면 된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기본형 차를 사느냐 풀옵션 차를 사느냐다. '가격'과 '기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어렵다. 선택은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