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AI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일하는 방식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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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인간과 일 / 토머스 대븐포트 / 줄리아 커비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396쪽 / 1만7800원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396쪽 / 1만7800원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부상이 던지는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1차적 관심사는 ‘내 직업은 안전할까’이다. 지능형 기계의 등장과 일자리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기계가 인간의 거의 모든 일자리를 대체해 대다수 인간은 필요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비관론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다.
두 진영은 뚜렷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보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낙관론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의 형태가 생겨나 결국엔 모든 게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AI 부상에 따른 인간의 고용 급감과 이로 인한 고통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이 지점에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제3의 진영이 존재한다. 미국 UC버클리에서 AI를 가르치는 스튜어트 러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AI는 최선을 기대하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날씨와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AI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다. AI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 아닐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머스 대븐포트 미국 뱁슨칼리지 교수도 이런 관점에서 지식노동 자동화를 둘러싼 불안을 떨쳐내고, 기계로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과 방안을 제시한다. 줄리아 커비 하버드대 출판부 수석편집자와 함께 쓴 《AI시대 인간과 일(원제:only humans need apply)》에서다.
저자들은 “기계는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동화(automation)’보다 진화한 개념인 ‘증강(augmentation)’을 일자리 해법으로 내놓는다.
많은 사람이 자동화를 증오하는 것은 경영의 입장에서 직원의 단점이나 한계 또는 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찾아내 이를 빌미로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같은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증강은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찾아내 거꾸로 이를 보완한다. 해당 직원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으며 생산성을 높인다.
저자들은 마트 계산원을 예로 든다. 직원 대신 셀프계산대를 들여놓는 것은 자동화다. 셀프계산대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불이익을 준다. 직접 물건을 들어 스캔해야 하는 불편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코드 스캐너는 증강의 예다. 스캐너 기술은 가격에 대한 계산원의 불완전한 기억력과 때로 멈칫거리는 손가락을 보완해 생산성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증강하듯 인간도 컴퓨터와 로봇의 일을 증강한다.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 단순한 노동의 분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따로 일할 때보다 가치를 증강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건강보험회사 앤섬이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의료자문으로 기용한 사례를 든다. 왓슨은 과거 사례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전 사례를 왓슨보다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 그렇다면 왓슨은 의료자문 분야에서 인간을 완전히 몰아낼까. 아직 그럴 일은 없다. 대신 왓슨이 제공하는 지식기반 덕분에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자문을 채용할 때는 성공의 중요한 다른 측면, 예를 들어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되 다루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진보한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간 의사들의 능력이 증강된 것이다.
저자들은 지식노동자가 증강할 수 있는 전략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큰 그림’을 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갖추는 ‘위로 올라서기’, AI의 의사결정이 필요없는 직업군으로 옮겨가는 ‘옆으로 비켜서기’, 조직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개선하는 ‘안으로 파고들기’, 범위가 좁아 자동화가 시도되지 않는 전문 영역을 찾는 ‘틈새로 움직이기’, 특정 영역에서 기계의 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앞으로 나아가기’ 등이다. 저자들은 자동화에 위협받는 대표적 직업인 보험 손해사정사, 교사, 금융전문가가 각 전략을 실행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정부가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통한 증강 목표를 위해 해야 할 ‘큰 그림’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통해 일터와 세상을 그 어느 때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전제는 지식노동자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의 한복판에서 무기력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AI 시대에 계속 직업을 유지하면서 번성하기를 희망하는 지식노동자라면 많이 배우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때로 오만을 버리고 기계의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두 진영은 뚜렷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보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낙관론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의 형태가 생겨나 결국엔 모든 게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AI 부상에 따른 인간의 고용 급감과 이로 인한 고통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이 지점에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제3의 진영이 존재한다. 미국 UC버클리에서 AI를 가르치는 스튜어트 러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AI는 최선을 기대하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날씨와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AI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다. AI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 아닐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머스 대븐포트 미국 뱁슨칼리지 교수도 이런 관점에서 지식노동 자동화를 둘러싼 불안을 떨쳐내고, 기계로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과 방안을 제시한다. 줄리아 커비 하버드대 출판부 수석편집자와 함께 쓴 《AI시대 인간과 일(원제:only humans need apply)》에서다.
저자들은 “기계는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동화(automation)’보다 진화한 개념인 ‘증강(augmentation)’을 일자리 해법으로 내놓는다.
많은 사람이 자동화를 증오하는 것은 경영의 입장에서 직원의 단점이나 한계 또는 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찾아내 이를 빌미로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같은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증강은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찾아내 거꾸로 이를 보완한다. 해당 직원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으며 생산성을 높인다.
저자들은 마트 계산원을 예로 든다. 직원 대신 셀프계산대를 들여놓는 것은 자동화다. 셀프계산대는 직원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불이익을 준다. 직접 물건을 들어 스캔해야 하는 불편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코드 스캐너는 증강의 예다. 스캐너 기술은 가격에 대한 계산원의 불완전한 기억력과 때로 멈칫거리는 손가락을 보완해 생산성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증강하듯 인간도 컴퓨터와 로봇의 일을 증강한다.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 단순한 노동의 분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따로 일할 때보다 가치를 증강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건강보험회사 앤섬이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의료자문으로 기용한 사례를 든다. 왓슨은 과거 사례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전 사례를 왓슨보다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 그렇다면 왓슨은 의료자문 분야에서 인간을 완전히 몰아낼까. 아직 그럴 일은 없다. 대신 왓슨이 제공하는 지식기반 덕분에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자문을 채용할 때는 성공의 중요한 다른 측면, 예를 들어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되 다루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진보한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간 의사들의 능력이 증강된 것이다.
저자들은 지식노동자가 증강할 수 있는 전략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큰 그림’을 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갖추는 ‘위로 올라서기’, AI의 의사결정이 필요없는 직업군으로 옮겨가는 ‘옆으로 비켜서기’, 조직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개선하는 ‘안으로 파고들기’, 범위가 좁아 자동화가 시도되지 않는 전문 영역을 찾는 ‘틈새로 움직이기’, 특정 영역에서 기계의 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앞으로 나아가기’ 등이다. 저자들은 자동화에 위협받는 대표적 직업인 보험 손해사정사, 교사, 금융전문가가 각 전략을 실행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정부가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통한 증강 목표를 위해 해야 할 ‘큰 그림’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통해 일터와 세상을 그 어느 때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전제는 지식노동자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의 한복판에서 무기력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AI 시대에 계속 직업을 유지하면서 번성하기를 희망하는 지식노동자라면 많이 배우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때로 오만을 버리고 기계의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