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국희 신영증권 회장, 47년 만에 등기임원 퇴임
‘증권업계의 큰 어른’인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84·사진)이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다.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해 경영을 맡은 지 47년 만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9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요환 사장을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은 원 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원 부회장과 신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뀐다. 지난달 29일 임기가 끝난 원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원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신영증권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최고령 경영자인 원 회장은 신영증권을 ‘작지만 강한 증권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영증권은 그가 인수한 이듬해인 1972년부터 지난해까지 45년 연속 흑자를 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원 회장은 14년 동안 받은 월급을 은행주 등에 투자해 불린 뒤 서울대 동문들과 함께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500만원으로, 당시 주택 3~4채 값에 불과했다.

원 회장의 경영철학은 ‘신뢰’다. 신영증권이라는 이름도 신뢰가 번영의 근간이라는 의미의 ‘신즉근영(信卽根榮)’에서 따왔다. 그는 기존 고객의 신뢰를 얻고 꾸준하게 수익을 되돌려주면 자연스럽게 고객 기반이 불어난다고 강조해 왔다.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신 사장은 신영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9년간 몸담은 ‘신영맨’이다. 지난해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81학번)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MSF)을 마쳤다. 1988년 신영증권 기획조사부에 입사해 파생상품본부장, 개인고객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총괄부사장으로 회사 살림을 책임졌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