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객 가치혁신을 지향하는 R&D
얼마 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바둑 대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세돌 9단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역사적인 대결을 지켜보며 인간의 놀라운 기술에 새삼 감탄했다.

기술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래 수익 창출과 직결된다. 연구개발(R&D)은 기업 성장에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R&D 자체에만 몰두하다 보면 단순한 속도 경쟁에 치우치기 쉽다. R&D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는데도 말이다.

일본 의료기 제조업체 중에 데루모라고 있다. 규모는 글로벌 상위 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남다른 기업이념으로 업계의 시선을 받는 기업이다. 데루모를 대표하는 히트상품은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이다.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이 주삿바늘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데루모의 핵심 가치가 담긴 제품이다. 환자라면 누구나 주삿바늘에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다. 당뇨병 등으로 인슐린을 매일 투약해야 하는 환자나 소아 환자는 더욱 그렇다.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은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다.

데루모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반되는 불편함과 고통을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기술 개발의 초점을 환자에게 맞추고 병의 ‘치료’를 넘어 고통을 ‘치유’하는 데 그 가치를 둔 것이다.

필자의 회사도 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R&D 기술력은 일반식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특히 월등하다. ‘뉴케어’ 브랜드는 R&D 기술력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부터 일반 소비자까지 영양 섭취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돕는 것부터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실버시대를 대비해 노년층 섭식 및 연하장애(씹고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까지 고려한 고령친화 식품을 개발한 것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출발했다. 앞으로도 올바른 영양 공급이 필요한 노년층, 성장기 소아청소년층, 영양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 직장인 등 다양한 소비자 가치를 아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R&D는 고객가치 혁신과 궤를 같이한다. ‘배부른 음식’에서 ‘맛있는 음식’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으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발전한 만큼 식품업계가 새로운 고객가치에 맞춰 우리 식생활에 늘 신선한 화두를 던지길 기대한다.

임정배 < 대상 대표 imjungbae@daes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