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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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5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간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청문회 전 서면 증언서를 통해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외압은 사실'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미 전 국장의 서면 증언은 이미 금융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다우존스·S&P500·나스닥)가 함께 올랐고, 달러인덱스도 장중 반등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시장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폭로가 나온다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과 중국 등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추세적인 방향성을 잃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 달러·크로네·프랑)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11% 상승한 96.7000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전날보다 0.13% 가량 하락(달러 강세)하기도 했지만, 코미 전 국장의 서면 증언서가 공개된 이후 반등에 나섰다. 미 국채 수익률 역시 올랐고 주식시장에선 금융주 주도로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차분한 모습이다. 오전 10시3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8% 소폭 하락한 2351.15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24%(2.70원) 오른 1126.70원을 기록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현지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안관이 이러한 증언에 대해 완강히 부인, 양측의 진실공방이 지루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조병연 유안타증권 마켓 이슈팀 연구원은 "특검 임명과 더불어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 사건이 본격적인 조사 국면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나, 당장 트럼프의 탄핵 논란이 급속도로 절차를 밟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험상 탄핵의 시발점이 되는 하원 탄핵 소추안 발의까지만 해도 반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극단적인 상황 변화에 대해 시장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그간 내놓은 정책들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연말 예산안 통과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경기 회복세가 탄탄해 정칙적 불확실성이 증시에 충격을 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조 연구원은 못박았다. 그는 "미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여건은 트럼프의 정책 기대감을 배제하고도 민간 부문의 투자 사이클을 중심으로 매우 탄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달러도 연말까지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과 중국 그리고 신흥국의 경기 개선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채권·FX 전략 담당 연구원은 "달러가치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스캔들 자체보다 시대별 매크로 환경과 외부 이벤트에 좌우됐다"며 "앞으로 달러 움직임도 트럼프의 탄핵 이슈보다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 내 이벤트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요즘 달러화는 미국 금리가 내리면 같이 약세를 보이고 오르면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연말까지 약세 기조를 보일 수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리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1분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기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그리고 유로존의 경기 개선세가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미국이 아닌 글로벌 경기 흐름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문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 담당 연구원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만약 트럼프가 탄핵되더라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될 수 있지만, 펜스 부통령과 의회를 장악 중인 공화당이 지지하는 감세정책이나 민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인프라투자 계획 등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