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간섭 싫어"…미국 노드스트롬, 증시서 발뺀다
미국 유명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의 창업자 가문이 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노드스트롬 창업주 후손 여섯 명은 이날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비상장 기업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사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금융자문인도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노드스트롬이 비상장사로 돌아서면 주주의 통상적인 경영 간섭에서 벗어나 소매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앨런 퀘스트롬 전 니만마커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노드스트롬 창업자 가문이 소매업의 미래에 장기 투자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사는 상장사처럼 까다로운 공시 규정을 지키거나 때마다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실적 악화나 사업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날 노드스트롬 주가는 전날보다 10% 상승한 44.63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 쇼핑 업체의 부상으로 백화점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노드스트롬 주가도 올 들어 16% 하락한 상태였다.

창업주 가문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30%에 이른다.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70%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처크 그롬 고든해스킷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창업주 가문이 주식 전량을 취득하는 데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창업주 가문의 자산 규모, 경영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신발 판매상으로 시작한 노드스트롬은 1971년 여성 의류를 취급하면서 기업을 상장했다.

메이시스, 시어스 등 다른 미국 백화점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수백 개의 점포를 폐쇄할 방침이다. 노드스트롬은 백화점 수가 120개로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온라인과 할인점 매출 성장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215개 지역에 있는 할인 매장 노드스트롬랙에서 지난해 노드스트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벌어들였다. 톰 포트 맥심그룹 애널리스트는 “누가 아마존이 유발한 ‘혹독한 겨울’에서 살아남을지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지만 노드스트롬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