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미국·일본 컨소시엄(미·일 연합)’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 연합은 도시바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매입 가능성도 높아졌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와 손 잡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미·일 연합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연합은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한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를 중심으로 미국계 민간 펀드가 결합해 구성되고 있다. 미·일 연합에는 도시바와의 동업 관계를 이유로 매각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웨스턴디지털도 들어와 있다. 미·일 연합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도시바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에 부정적인 일본 정부와 파트너십 유지를 바라는 웨스턴디지털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지난달 말 이뤄진 2차 입찰에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미·일 연합과 함께 미국계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손잡은 브로드컴, 훙하이 등이 참가했다. 최고 인수가를 제시한 곳은 3조엔(약 30조3675억원)을 써낸 훙하이였지만 일본 정부가 중국이나 대만에 도시바를 넘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미·일 연합과 브로드컴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지분 전체를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 대신 51%만 인수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나머지는 도시바나 도시바 경영진의 ‘지분 투자를 통한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과도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 베인캐피털은 이를 통해 한·미·일 연합을 형성하겠다며 INCJ를 설득해왔다. 미·일 연합 합류는 이 같은 설득작업이 주효한 결과로 보인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써낸 입찰가는 1조엔으로 브로드컴·실버레이크의 2조2000억엔에 비해 적어 인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일 연합 합류로 판을 뒤집었다.

도시바 채권단은 2차 입찰자를 중심으로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