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주5시간' 의무 사라져…학교장이 특정과목 개설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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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육권한 교육청에 이양
'교육 지방자치'되면 뭐가 달라지나
지역별 교육격차 우려…교사 지위 변화 논란
목소리 커진 교육감 "20일 일제고사 중단을"
수능 자격시험화·교원성과급 폐지 등 요구도
'교육 지방자치'되면 뭐가 달라지나
지역별 교육격차 우려…교사 지위 변화 논란
목소리 커진 교육감 "20일 일제고사 중단을"
수능 자격시험화·교원성과급 폐지 등 요구도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육부 간부들이 9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의 회의 시작 발언을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춘란 교육부 차관, 최교진 세종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김석준 부산교육감.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079927.1.jpg)
◆책임과 권한 명확히 해야
!['국·영·수 주5시간' 의무 사라져…학교장이 특정과목 개설할 수도](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01.14083974.1.jpg)
초·중등 교육 권한의 상당 부분을 교육청에 넘기겠다고 한 만큼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컨대 학교장 권한으로 ‘인공지능(AI)과 직업의 미래’ 같은 과목을 개설할 수도 있고, ‘국영수는 1주일에 5시간 이상’처럼 특정 과목에 대한 의무 수업시간도 지킬 필요가 없어진다. 교과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각 학교는 교육부가 정한 범위에서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박백범 성남고 교장은 “창의 인재 양성 등 중앙정부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은 교육청과 학교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만 해도 이공계를 강화하기 위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란 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내놨을 뿐 구체안들은 각 주(州)와 학교 재량에 달려 있다.
예산, 시설, 급식, 교복 등 학교 인프라에 관한 정책 결정 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교육부와 교육청 간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정확한 ‘가르마’를 타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한다. 학교 미세먼지 절감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건 및 환경정화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이 관장해야 할 업무로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대책 마련은 교육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목소리 커진 교육감협의회
중앙공무원인 초·중·고 교사의 지위도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교육감이 권한을 이양받으면 교사도 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들의 대규모 반발을 불러올 사안이어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지역별 교육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교육청별로 예산과 인력 등 규모가 다르다 보니 관내 학교들 수준에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박 교장은 “학교는 예산을 짜거나 교칙을 하나 만들 때도 교육청에 일일이 허락을 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권한 이양은 교육감들의 포퓰리즘적 교육공약 경쟁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새 정부가 밝힌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단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학업성취도평가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국정기획위에 요구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일제고사로 불리는 평가는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각살우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했다. “경쟁 위주 서열화로 흐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시험 자체를 없애면 학생들이 수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교사는 잘 가르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교육감들은 교원성과급제 조속한 폐기 및 수당화, 자율형 사립고 등의 일반고 전환(2019학년도), 고교 무상교육, 친환경 무상급식 고교로 전면 확대,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