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법제처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5개 부처 및 기관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장관 인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뤄진 네 번째 차관 인사로 지금까지 총 17명의 신임 차관이 임명됐다.

법제처장에는 김외숙 변호사가 임명됐다. 법제처장을 여성이 맡은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김선욱 처장 이후 12년 만이다. 김 신임 처장은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영한 법무법인 부산 출신 변호사다. 청와대는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해온 노동·인권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사람' 찍혔던 노태강 복귀…법제처장에 '법무법인 부산' 출신 김외숙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임명됐다. 김 차관은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동서발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 정책총괄팀장으로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예산, 공공정책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체부 2차관에는 노태강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이 올랐다. 노 차관은 2013년 문체부 체육국장 재직 시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대회 판정시비 관련 진상조사를 했다가 좌천된 인물이다. 당시 그는 승마계가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로 나뉘어 파벌 싸움하는 게 문제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노 차관이 중용되면서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에 맞서다 좌천당한 인사를 발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체육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기획조정실장에서 승진했다. 행정고시가 아닌 건축기술직 출신이 국토부 차관에 오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국토부 철도국장, 국토정책국장 등 국토 및 교통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는 황인성 한신대 교양학부 외래교수가 임명됐다. 황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조미현/정인설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