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9일 최씨 면회를 위해 서울 남부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정씨는 면회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9일 최씨 면회를 위해 서울 남부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정씨는 면회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9일 최씨를 만나기 위해 남부구치소를 찾았다가 헛걸음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칩거한 지 6일 만의 외출이었다. 정씨는 구치소 앞에서 “엄마가 보고 싶어 왔다”며 “딸로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정당국은 두 사람이 공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모녀 접견을 불허했다. ‘형의집행및수용자의처우에관한법률(형집행법)’ 제41조는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접견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측은 사안의 중대성과 현행법 위반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맞추기’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게 교정당국의 판단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씨는 행정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접견을 계속 시도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수용자의 접견권 보장은 1995년 옛 형집행법을 개정하면서 ‘예외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바뀌었다. 정씨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법 개정 후에는 인권 차원에서 수용자에 대한 접견 거부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현행법은 또 구치소장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라면 접견 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내용 기록을 통해 입맞추기를 막고 접견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증거 인멸 위험의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을 맞추려면 변호사를 통하면 되는데, 10분이라는 짧은 접견 시간 동안 무슨 증거 인멸을 논하겠느냐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녹화·녹취되는 무인 접견 시스템으로 감시하면 되는데 면회를 금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가족 간 접견은 헌법상 권리로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헌법 제36조에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만큼 가족 접견은 헌법상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