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메이 교체론' 솔솔…조용히 웃는 유럽증시
영국 집권 보수당 원로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를 6개월 안에 교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영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수당은 지난주 총선에서 12석을 잃어 650석 중 318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메이 총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하고,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메이는 총리직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보수당이 그를 대신할 당대표를 새로 선출하면 총리직은 자동승계된다. 새 총리는 이후 의회의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보수당 원로들이 ‘6개월’이라는 단서를 단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시 총선을 치를 경우 노동당에 다수당을 뺏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은 보수당에 불과 2%포인트 뒤진 40%를 득표했다. 메이 총리는 10석을 얻은 민주연합당(DUO)의 지지를 얻어 보수당 소수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수당과 민주연합당을 합치면 과반을 얻게 된다.

총선 이후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9일 파운드 환율은 파운드당 1.2741달러로 1.66% 떨어졌다. 7주 만의 최저치다.

보수당의 패배는 유럽 증시엔 호재로 작용했다. 9일 유럽 주요 증시는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유럽600지수는 0.32% 상승한 390.39를 기록했다.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1.04% 오른 7527.33을 기록했다. 파운드화 약세가 영국 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파운드화 환산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다국적 기업 주가도 올랐다.

보수당 패배로 영국 의회는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가 됐다. ‘하드 브렉시트’를 주창한 메이 총리의 힘이 빠져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지 않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증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