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 개입설까지 나도는 가상화폐 시장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는 과정에서 큰손과 작전세력이 개입해 시세를 조종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네이버 카페 ‘전자화폐 투자자모임(전투모)’ 등 관련 커뮤니티에선 작전세력이 가상화폐를 주고받으며 가격을 띄운 뒤 일반 투자자들에게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국내시세가 국제시세를 크게 웃돌며 하루에 40% 이상 치솟았다가 폭락한 직후였다.

비트코인갤러리 등 관련 게시판에선 작전세력이 하루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또 관련 게시판에는 “세력이 매집하고 있으니 빨리 올라타세요” 등 시세 조작과 관련된 얘기들이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 게시판엔 중국계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세력까지 한국 시장에 대량 유입됐다는 확인하기 어려운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금세탁과 재산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환전에 규제를 가하고 있어 한국의 거래소에서 전자화폐를 현금화한 뒤 이를 중국으로 밀반출한다는 소문이다. 최근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피해자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3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1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하루 거래대금이 3조원대 초반인 코스닥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 이더리움 거래량의 3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거래가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들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는 등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 소문으로 나돌고 있는 시세조종이 사실이라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성년자가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면 법정대리인과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는 반면 가상화폐 투자에는 아무 제한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작년 11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가상화폐의 기본 성격에 대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어 일선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증권인지 재화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조차 없어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게 하는 등 우회 규제를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현일/정지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