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현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때 무리한 법 적용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기업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통상전문 매체인 인사이드US트레이드에 따르면 한국 철강기업 넥스틸은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무역법원(CIT)에 미 상무부를 상대로 무리한 ‘특정시장상황(PMS) 조항’ 적용을 문제삼아 소송을 냈다.

▶본지 4월13일자 A15면 참조

상무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부과하는 반덤핑 관세율을 최고 24.92%까지 인상했다. 이전 세율은 3.8~12.82%였다. 상무부는 이를 위해 2005년 도입된 PMS 조항(무역특혜연장법 504조)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상무부는 “덤핑마진(수출국 내 판매가격과 미국 수출가격의 차)을 계산할 때 한국 기업이 제출한 원가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아르헨티나 기업의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 관세율을 높였다. 아르헨티나 기업의 생산 원가는 한국 기업보다 높기 때문에 덤핑마진이 더 많다.

넥스틸 측은 소장에서 “상무부가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값싼 재료들을 이유로 원가 구조를 문제삼는 것은 지극히 임의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휴스틸과 현대제철 등 다른 한국 유정용강관 수출기업도 최근 넥스틸과 별도로 CIT에 상무부를 제소했다. 넥스틸 측은 이들 기업과 소송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3월 초 상무부에 편지를 써 한국산 유정용강관 제품의 반덤핑 관세율을 최소 36%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은 미국 유정용강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정용강관은 셰일오일 등 원유를 뽑아낼 때 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