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TV 제조업체들만 공유하는 시장조사 자료를 12일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와 미국을 제외한 56개국 시장을 조사하는 GFK의 자료를 종합해 세계 TV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날 국내 언론에 소개된 시장조사업체 IHS의 조사와는 결과가 달랐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IHS조사에서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시장은 소니가, 2500달러대 초프리미엄 TV시장은 LG전자가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두 시장 모두 3위에 그쳤다. 하지만 GFK·NPD 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1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45.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도 1분기에는 32.8%로 LG전자(33.0%)에 조금 뒤졌지만 4월 조사에서는 37.8%로 1위를 되찾았다. IHS 조사에서 1위를 한 소니는 1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16.8%,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는 21.1%로 3위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IHS와 GFK·NPD의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GFK·NPD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을 근거로 삼는다. 반면 IHS는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파는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IHS 조사에는 각종 할인정책에 따른 가격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IHS는 ‘70인치대 평면 TV’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은 뒤 해당 제품군의 가격 평균에 판매량을 곱해 전체 판매액을 산출한다. 모델별로 판매액을 집계하는 GFK·NPD 조사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 모델 종류가 다양한 삼성전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분석 방식이다. IHS 조사는 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집계돼 세계 시장 상황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FK·NPD 집계 결과 4월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회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불합리한 IHS 조사 기준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LCD TV가 시장의 주류가 된 2000년대 초·중반부터 10년 이상 프리미엄 TV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