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및 제지사업을 벌이는 중국 회사 차이나하오란 주가가 최근 20% 넘게 급락했다.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직후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900억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있는데도 굳이 300억원 안팎의 전환사채를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금 부자' 차이나하오란의 이상한 유상증자
차이나하오란은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5거래일간 23.58% 하락했다. 지난 2일 장 마감 후 36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뒤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12일 소폭(1.67%) 반등하기 전까지 4거래일 연속 ‘파란불(하락)’이 들어왔다. 구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4000만주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한 다음날 거래량이 전거래일보다 20배 가까이 늘면서 19.81% 추락했다.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의문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기업 부채가 늘고 순손실이 지속되는 등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추진한다. 하지만 차이나하오란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이 회사 실적은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좋아졌다. 2015년 30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366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7~8%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채 비율은 2014년 90.30%에서 지난해 57.35%로 줄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 등으로 인해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작년 말 기준 차이나하오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57억원에 이른다.

감사를 거친 재무제표인 만큼 실제 현금이 없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 현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부 주주는 “공모나 증자로 한국에서 돈을 끌어가면서 주머니에 한번 들어간 돈은 절대 쓰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이나하오란은 매년 유보율(잉여금/납입자본금)을 늘리면서 시가총액(656억원)보다 많은 현금을 갖고 있지만 2010년 2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 2014부터 현금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는 공모가(4700원)보다 훨씬 낮은 1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차이나하오란 주주의 62.33%는 소액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차이나하오란이 화학 기계펄프 설비 구축을 이유로 1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을 때는 주가가 출렁거리지 않았다”며 “쌓아둔 현금으로 배당을 하기는커녕 빚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또다시 유상증자에 나서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국 기업이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1년 중국 섬유회사 고섬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사로 이름을 올린 지 2개월 만에 분식회계한 사실이 적발돼 상장 폐지됐다. 올 들어서는 중국원양자원과 완리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