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출권거래제 '외부 상쇄사업' 활성화해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195개국이 공동으로 ‘파리협정’을 채택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지구적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온실가스 절감 목표를 제시했다. 이 중 25.7%는 국내 감축으로, 11.3%는 해외 감축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중화학공업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다(多)소비형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영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산업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은 에너지 저(低)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에너지믹스(에너지 공급원의 조합)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강력한 이행수단으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기업 또는 국가 간에 온실가스 배출 권한을 사고파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이 할당받은 양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 경우에는 잉여배출권을 판매하고, 할당받은 양보다 초과 배출한 기업은 부족한 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시장에서는 배출권 구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발전업계와 시멘트, 비철금속 등 관련 기업들은 배출권이 부족해 배출권을 사야 하는 상황이지만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 상승 가능성과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우려해 배출권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침체된 배출권거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사업 상쇄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사업 상쇄제도는 배출권거래 의무 대상이 아닌 기업도 다양한 감축 활동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외부사업 상쇄제도 활성화를 위해 공공 부문에 한정된 정책감축사업의 주체를 민간으로 확대하고 감축 규모 100t 이하의 극소규모 감축사업에 대한 서류 및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왔다. 특히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긴 2018년부터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추진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국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온실가스 해외 감축 목표인 11.3% 달성은 물론 태양광, 전기자동차 등 에너지신산업 보급 및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공단도 기업들이 외부사업 상쇄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공단사업 및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감축 활동과 연계한 사업,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모델 등 다양한 사업 모델과 방법론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정보·기술을 총망라한 종합지원플랫폼을 구축해 외부 사업 관련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간 협력관계 구축 및 공적개발원조(ODA), 대외경제협력기금과 같은 공적지원사업 활용 등 기업들이 해외 감축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양대 축의 균형을 이루며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외부상쇄사업에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남훈 <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