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34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이 추경을 이유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일자리’ 추경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내내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소득분배 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며 “현 상태를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가 온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며 “근본적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하지만 급한 대로 공공 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실업이나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 문제가 추경 요건이 되느냐는 논란과는 별도로 이번 추경의 기본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를 보는 대통령의 기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성장 결과 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 일자리로 성장을 만드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다. 그게 책임 있는 정부다”라고도 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기업의 역할은 평가절하한 것이다. 새 정부가 유독 기업에 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대통령의 생각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물론 정부 개입에 대한 견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임시변통은 몰라도 결코 기업이 창조하는 일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를 부인해서는 곤란하다. 세금의 원천 역시 기업 활동에서 흘러나온 소득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추경 통과를 위해 국회에 협치를 당부했다. 그러나 ‘일자리’ 추경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위해 기업에 협조를 구하는, 그런 대통령의 모습도 보고 싶다. 그래야 이번 추경도 대통령의 바람처럼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