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프랑스 북부 투케의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투케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프랑스 북부 투케의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투케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 다른 ‘정치혁명’에 성공했다. 정치 신인으로서 기성 정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이번엔 의석수가 제로(0)이던 자신의 정당을 단숨에 제1당의 반열에 올려놓게 됐다.

마크롱발 '정치혁명'…프랑스 공화·사회 양당체제 무너뜨렸다
11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뒀다. 프랑스 내무부는 1차 투표 개표 결과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연합이 32.32%를 득표해 2위인 공화당(21.56%)을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극좌 성향의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공산당 연합,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각각 13.74%, 13.2%를 얻는 데 그쳤다. 집권당이던 사회당은 9.51%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지역구별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2차 결선 투표를 치른다. 1차 투표에서 12.5% 이상 득표율을 얻은 후보끼리 재경합을 벌여 가장 득표율이 높은 후보가 최종 당선된다.

1차에서 얻은 정당별 투표율을 감안하면 오는 18일 2차 결선 투표에서 앙마르슈가 프랑스 하원 전체 의석에서 최소 400석, 최대 44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여론조사기관 칸타소프르는 분석했다. 이는 전체 의석의 최대 76.3%에 달해 역대급 단일 정당 의회가 탄생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 무너진 기존 정당들

이번 총선에서도 프랑스 정치의 두 축인 사회당과 공화당이 몰락했다. 10%에 못 미치는 표를 얻은 사회당은 2차 투표 예상 의석수도 20석 내외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의석수 278석의 10%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회당의 몰락은 예고됐다. 의원 다수가 사회당 당적을 버리고 마크롱 신당으로 옮겼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정부의 집권당이었지만 경제 실책이 너무 많았다. 부유세를 고집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취업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집권 기간 제조업은 몰락했으며 강성 노조에 막혀 노동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였던 프랑수아 피용의 부정사건 등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공화당 의원들도 대거 마크롱 신당으로 갈아탔다. 기성 정당의 무능과 부패가 유권자들을 실망시켰고 이는 마크롱의 정치 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2대 개혁 탄력받을 듯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분야는 노동과 교육이다. 앙마르슈가 제1당이 되면 그만큼 개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그는 우선 이달 28일까지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는 법안을 마련해 정부의 법률명령 형태로 노동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8월까지 노조단체를 설득한 다음 의회 비준을 거쳐 9월21일 노동법 공포를 예정하고 있다.

교육개혁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초등학생이 과제를 학교에서 끝마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급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교과과정의 고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선거제도 문제 지적돼

이번 총선에서 전체 투표율은 불과 48.7%였다. 역대 1차 투표 중 최저투표율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2차 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원직을 획득한 후보자가 4명뿐이다. 기권이 많았다는 얘기다. 마크롱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마리 르펜 FN 대표는 “국민이 투표소를 찾지 않도록 만드는 투표 방식이 문제”라며 선거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5년에 한 번 치러지고 의회 선거는 대통령 선거 다음달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1선거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2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없는 지역구에선 소수정당을 찍은 유권자들이 마크롱 신당으로 옮겨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랑스 상원(348명)은 간접선거제여서 15만 명의 선거인단이 의원을 선출한다. 선거인단은 지역 평의원, 시의원, 시장, 하원의원 등으로 구성된다. 6년 임기이며 3년에 한 번씩 절반을 새로 선출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