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지난 11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미국 남부 걸프만에서 채굴한 서던그린캐니언(SGC) 원유 100만 배럴이 공장 부두로 들어왔다. 지난 5월 100만 배럴이 들어온 이후 두 번째다. 셰일오일(퇴적암에서 추출하는 비전통적 원유)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생산하는 전통 원유를 들여오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최초다. 회사 관계자는 “2011년 7%에 불과하던 비(非)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22%까지 늘렸다”며 “경제성 있는 원유를 도입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이외 지역 원유 도입 확대

비중동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싸기는 하지만 약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황 함량이 높고 비중이 무겁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제하기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현대오일뱅크가 비중동산 원유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고도화 설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39.1%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도화비율은 단순 정제량 대비 고도화처리용량을 뜻한다. 지난해 정유사업부문 매출은 11조2421억원, 영업이익은 800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7.1%에 달했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정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낸 2014년에도 홀로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 이후 6년 연속 정유사업부문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대산 공장에선 고도화비율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월부터 3만6363㎡ 부지에 아스팔텐 분리 공정(SDA) 설비를 짓고 있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정제 후 남은 찌꺼기 기름(잔사유)을 고도화설비에 투입해 다시 가솔린 등 경질유를 뽑아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과정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양의 경질유를 추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SDA 설비를 통해 더 높은 효율화를 이뤄낼 계획이다. 잔사유에서 더 많은 양의 경질유를 뽑아내려면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스팔텐은 고도화공정에서 분해되지 않고 숯덩이로 촉매에 달라붙어 생산 수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SDA 설비는 잔사유를 고도화설비에 투입하기 전 아스팔텐 성분을 미리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한 아스팔텐도 버리지 않는다. 열분해 공정을 통해 경질유로 일부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남김없이 정제해내는 것이다.

SDA 설비는 내년 12월 말 상업가동에 들어간다. 총 8만 배럴의 잔사유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SDA 설비에 2400억원, 전체 설비 개선 및 용량 증대를 위해 2100억원을 투자했다. 박상조 안전생산본부 사업지원팀 부장은 “내년 12월 말부터 26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며 “고도화율은 42%까지 올라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원유 300종 과학적 분석

원유 분석실의 역할도 크다. 수입 원유가 다양해지고 공장 처리량과 제품 종류가 늘어나면서 시험분석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대산공장 품질개선팀은 세계 300여 종 시료를 분석해 최적의 원유 조합 비율을 찾아내고 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수익성이 높은 고도화설비를 확충해 ‘본업’인 정유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성장동력을 발굴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