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계속 대립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세 후보자가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았다며 임명을 밀어붙일 태세지만, 자유한국당은 세 후보자를 모두 ‘부적격’으로 규정하며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2일 여야 간사단 회의를 열어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한국당이 참석을 거부해 회의가 무산됐다. 외교통일위원회는 간사 회의를 열었지만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모두 보고서 채택에 반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위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도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아 불발됐다.

한국당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세 후보자 임명 반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와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라면 먼저 문 대통령이 세 분에 대한 결자해지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지명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 회동에서도 여야 원내대표들은 평행선을 달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데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잘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반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5대 비리 관련자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계속 청문회에 오고 있고 예외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등에 반발해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회동에 불참했다. 정 의장은 “정당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은 12일이다. 시한을 넘기면 정 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의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을 합쳐도 126석에 불과해 국민의당(40석)의 협조 없이는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김상조 후보자와 강 후보자는 이미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겼다. 법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도 되지만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 거부 등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