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료들의 냉소엔 나름 이유가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국회, 감사원, 언론에서 ‘교육부는 뭐하냐’며 융단폭격을 가하기 일쑤다. 예컨대 성희롱 등 비위 교사 문제라도 발생하면 교육부 관료들은 A4 용지에 재탕삼탕의 대책을 채워 넣느라 분주하다. 교육부로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사이, 정작 교원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해당 교육감은 장막 뒤로 숨는다.
‘선출된 권력’인 교육감들은 자치를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교육청 일선 공무원은 교육부의 업무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교육감들의 대중인기 영합주의도 교육자치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일부 교육감이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하면서 ‘돈’ 문제는 쏙 빼놓고 얘기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급식, 서무, 청소 등에 종사하는 학교 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주는 법상 해당 지역의 교육감임에도 이들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단과의 간담회에서 교육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나친 교육부의 간섭이 문제”라고 했다. 교육부 관료들은 마치 거대한 ‘빅브러더’처럼 묘사됐다. 이 말을 들은 교육부의 한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 안에서 보내는 약 1시간이 유일한 자유 시간인 우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교육자치는 대한민국 교육이 반드시 가야 할 목표다. 하지만 도중의 길은 험로일 게 분명하다. 교육부 탓으로만 돌리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