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교실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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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F를 받거나 A학점을 받게 된 사연
평등주의는 필시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
이런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 인재 키우겠나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평등주의는 필시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
이런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 인재 키우겠나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처칠이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노동당의 강경파 의원이 들어오자 얼른 등을 돌리며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크고 좋은 물건만 보면 국유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사실 여부를 떠나 이 농담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된다. 사회주의 체제의 본질을 이렇게 골계미학적으로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처칠의 농담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요즘 시중에 떠도는 우스개도 한 번 들어 둘 만하다. 미국 코넬대에서 학점을 잘 주기로 유명한 노(老) 경제학 교수가 어느 학기엔 학생 전원에게 F학점을 주었는데 그 사연이라는 것과 해설이 참 기발하게도 정곡을 찌른다.
마침 오바마가 집권했고 열렬히 평등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하던 때였다고 한다. 강의 중에 이 교수는 오바마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이에 반발한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게 됐다. “결국 여러분은 기회의 평등은 위선일 뿐이어서 결과적 평등이라야 진짜 평등이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이번 학기 시험을 칠 때마다 먼저 전체 평균 성적을 낸 다음 여러분 모두에게 그 점수를 균등하게 주는 방법으로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학생들은 와! 하면서 교수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런 조건으로 치러진 첫째 시험에서 다양한 성적의 평균을 계산해 보니 B학점이 나왔고 따라서 학생 모두가 일괄 B학점을 받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전체 평균이 C가 나와 또 그렇게 했다. 급기야 기말시험에서 모든 학생은 F학점을 받아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봤자 게으른 학생들 때문에 낮은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수한 학생들조차 시험공부를 포기한 필연적 결과였다.
교수는 마지막 강의에서 ‘평균 성적의 실험’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1.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게 할 수는 절대로 없다. 2. 누군가에게 공짜 혜택을 주려면 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 3. 공부하지 않고 성적을 올릴 수 없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 생활을 개선할 수 없다. 아마 이 이야기는 오바마 1기인 2010년대 초반께 나온 것 같다. 코넬대에서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설도 있다.
논리의 방향은 거꾸로지만 엊그제 일부 언론이 보도한 서울대의 학점 인플레도 작동 구조는 완전히 같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은 졸업생 전원에게 A학점을 주었다. 서울대 지리학과 윤리교육학과 경제학부 정치학전공 중문과 영문과도 90% 이상의 학생에게 A학점을 주었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은 암묵적 합의를 통해 그들의 평균 점수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이들이 성적조작이라는 단어를 인정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스포츠 선수의 성적을 조작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경우엔 감옥에 끌려가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그들의 점수를 강탈당했다. 더구나 이 현실의 성적 게임에서 ‘정확하게 성적을 매겨달라’는 소수 학생의 요구와 의견은 다수에 의해 묵살됐을 것이다.
마침 ‘수능 절대평가’라는 방침이 나오고 새 교육부 장관으로 시험은 필요 없다는 식의 교육관을 가진 분이 지명됐다. 한국에서의 절대평가는 필연적으로 A로 수렴하거나 F로 귀결할 것이다. 성적 평가가 학생의 인권으로 선언되기라도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교육으로 AI(인공지능)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을 끌고갈 인재를 육성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그래서 두뇌가 텅 빈 졸업생들은 골목의 알바 자리나 전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혁명이 답이다!’ 따위의 시대착오적 구호를 입에 올리며 광장이나 어슬렁거리고, 공공 일자리나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파고들지 않으면 고급 지식과 그 결과인 좋은 직업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6월항쟁 기념식에서 ‘경제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민주주의를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실현돼야 할 목표라고 본다면 사회주의로 가게 된다. 1987년 개헌이 부분 파괴한 자유민주주의를 또 무엇으로 고쳐놓겠다는 것인지.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마침 오바마가 집권했고 열렬히 평등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하던 때였다고 한다. 강의 중에 이 교수는 오바마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이에 반발한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게 됐다. “결국 여러분은 기회의 평등은 위선일 뿐이어서 결과적 평등이라야 진짜 평등이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이번 학기 시험을 칠 때마다 먼저 전체 평균 성적을 낸 다음 여러분 모두에게 그 점수를 균등하게 주는 방법으로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학생들은 와! 하면서 교수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런 조건으로 치러진 첫째 시험에서 다양한 성적의 평균을 계산해 보니 B학점이 나왔고 따라서 학생 모두가 일괄 B학점을 받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전체 평균이 C가 나와 또 그렇게 했다. 급기야 기말시험에서 모든 학생은 F학점을 받아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봤자 게으른 학생들 때문에 낮은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수한 학생들조차 시험공부를 포기한 필연적 결과였다.
교수는 마지막 강의에서 ‘평균 성적의 실험’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1.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게 할 수는 절대로 없다. 2. 누군가에게 공짜 혜택을 주려면 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 3. 공부하지 않고 성적을 올릴 수 없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 생활을 개선할 수 없다. 아마 이 이야기는 오바마 1기인 2010년대 초반께 나온 것 같다. 코넬대에서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설도 있다.
논리의 방향은 거꾸로지만 엊그제 일부 언론이 보도한 서울대의 학점 인플레도 작동 구조는 완전히 같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은 졸업생 전원에게 A학점을 주었다. 서울대 지리학과 윤리교육학과 경제학부 정치학전공 중문과 영문과도 90% 이상의 학생에게 A학점을 주었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은 암묵적 합의를 통해 그들의 평균 점수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이들이 성적조작이라는 단어를 인정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스포츠 선수의 성적을 조작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경우엔 감옥에 끌려가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그들의 점수를 강탈당했다. 더구나 이 현실의 성적 게임에서 ‘정확하게 성적을 매겨달라’는 소수 학생의 요구와 의견은 다수에 의해 묵살됐을 것이다.
마침 ‘수능 절대평가’라는 방침이 나오고 새 교육부 장관으로 시험은 필요 없다는 식의 교육관을 가진 분이 지명됐다. 한국에서의 절대평가는 필연적으로 A로 수렴하거나 F로 귀결할 것이다. 성적 평가가 학생의 인권으로 선언되기라도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교육으로 AI(인공지능)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을 끌고갈 인재를 육성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그래서 두뇌가 텅 빈 졸업생들은 골목의 알바 자리나 전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혁명이 답이다!’ 따위의 시대착오적 구호를 입에 올리며 광장이나 어슬렁거리고, 공공 일자리나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파고들지 않으면 고급 지식과 그 결과인 좋은 직업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6월항쟁 기념식에서 ‘경제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민주주의를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실현돼야 할 목표라고 본다면 사회주의로 가게 된다. 1987년 개헌이 부분 파괴한 자유민주주의를 또 무엇으로 고쳐놓겠다는 것인지.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