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면
관상어인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체로 자랐을 때 크기가 확연히 다른 것이 특징이다.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5~8㎝ 길이 정도밖에 자라지 않지만 연못에 풀어놓고 키우면 최대 25㎝까지, 강물에서는 1m 이상의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다. 환경에 따라 코이의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도 주변 환경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바로 ‘코이의 법칙’이다.

가능성보다는 ‘결과’를, 잠재력보다는 당장의 ‘성과’만을 요구하는 씁쓸한 세태가 만연해진 우리 사회의 민낯을 생각해본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제공돼야 하지 않을까. 이미 완성돼 있는 결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 성장을 돕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결과보다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수출 현장에서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재무적 성과는 다소 모자라지만 재무제표만으로는 읽을 수 없는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수출 현장에서 많이 접한다. 이런 수출초보기업은 수출 지원의 문턱을 넘기가 녹록지 않아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넓은 강을 만나면 마음껏 헤엄치며 ‘대어’로 성장하는 코이처럼 우리 수출기업도 적절한 지원을 통해 성장 환경만 조성된다면 그 잠재력을 마음껏 피워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재무적 수치가 나쁜데 성장잠재력이 높은 수출초보기업을 선정해 수출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다. 무역보험공사는 고민 끝에 2014년 10월 ‘특례지원제도’를 도입해 50여 개 업체를 지원했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수출기업의 가치에 주목하고 성장환경 조성을 위한 디딤돌이 되려는 노력이다. 수출기업의 결과를 판단하는 ‘평가자’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조력자’가 되고자 함이다. 곁에서 공감하고 응원하며, 마침내 성공을 맞이하는 순간 함께 느낄 기쁨은 실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당신 앞에 있고 미래는 당신 뒤에 있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지나온 과거의 성과는 눈에 쉽게 보이지만 미래지향적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업의 과거 성과를 보여주는 재무수치에만 매몰돼 자칫 이들의 미래 성장가치를 외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면, 찬란하게 성장해갈 이들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