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편견'에 발목잡힌 최윤…종합금융그룹 꿈 무너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증권사 인수 끝내 불발
이베스트투자증권 우선협상자 됐지만 자산 감축 '요건충족명령'이 발목
두 달 넘게 시간 끌다가 계약 무산
"대부업 부정적 인식 고려 불가피"…금융당국 부정적 분위기도 영향
이베스트투자증권 우선협상자 됐지만 자산 감축 '요건충족명령'이 발목
두 달 넘게 시간 끌다가 계약 무산
"대부업 부정적 인식 고려 불가피"…금융당국 부정적 분위기도 영향
1999년 36세의 재일동포 3세가 대한해협을 건넜다. “기업가로 성공해 조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서다. 2002년 조그만 대부업체로 시작해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어엿한 금융그룹도 만들었다. 그룹 전체 자산은 7조2000억원(2016년 9월 말)에 달한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54)의 이야기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대부업으로 시작해 종합금융그룹을 이루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지난 4월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 회장의 꿈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나 증권사 인수는 무산됐다.
이베스트증권 대주주인 LS네트웍스는 12일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가 무산됐다”며 “당분간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목 잡힌 최윤의 꿈
최 회장은 국내 금융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대부업체로 시작해 제도권 금융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드물어서다. 국내 금융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것도 이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사들인 계열사만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OK캐피탈 등 10여 개에 달한다.
대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최 회장의 꿈은 증권사, 신용카드사 등 제도권 금융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사들였다. 지금의 OK저축은행이다. 올초엔 증권사 인수에 나섰다. 대상은 LS네트웍스가 대주주인 이베스트투자증권. 세 곳과 경쟁입찰을 벌인 끝에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 4월14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두 달이 되도록 주식 매매계약을 맺지 못했다. 급기야 이날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아프로서비스그룹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매각 보류’를 선언했다.
◆물 건너 간 증권사 인수
증권사 인수가 무산된 사연은 이렇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도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2019년까지 러시앤캐시 등 대부 계열사 자산을 4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내고서야 인수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최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대부업체(헬로크레디트대부, 옐로캐피탈)에 일부 자금을 지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동생 회사도 사실상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 대부업체인데, 이를 빼고서 대부자산 감축 계획을 낸 것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최 회장 측에 ‘요건충족명령’을 내렸다. 2014년 제출한 대부자산 이행계획을 다시 보완해 제출하라는 지시였다. 최 회장은 즉각 보완 이행계획을 냈다. 동생이 경영하는 두 대부업체를 포함한 대부 계열사 자산을 올해 말까지 40% 이하로 낮추고, 2019년까지 미즈사랑·원캐싱을 접은 뒤 2024년까지 러시앤캐시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이 계획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요건충족명령은 최 회장이 증권사를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현행 금융감독 규정은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개인 및 법인은 최근 1년간 기관경고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받지 않아야 된다’고 규정한다. 요건충족명령을 사실상 시정명령으로 해석하면 증권사 인수는 불가능하다.
◆“대부업에 가혹한 잣대”
이번 증권사 인수 무산에는 금융당국도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주식 매매계약을 맺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더라도 이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요건충족명령을 받은 만큼 증권사 대주주 자격에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더불어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부업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증권사 인수를 불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 회장의 증권사 인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면서 매각자 측에서 매각대금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대부업체에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정소람/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이베스트증권 대주주인 LS네트웍스는 12일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가 무산됐다”며 “당분간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목 잡힌 최윤의 꿈
최 회장은 국내 금융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대부업체로 시작해 제도권 금융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드물어서다. 국내 금융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것도 이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사들인 계열사만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OK캐피탈 등 10여 개에 달한다.
대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최 회장의 꿈은 증권사, 신용카드사 등 제도권 금융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사들였다. 지금의 OK저축은행이다. 올초엔 증권사 인수에 나섰다. 대상은 LS네트웍스가 대주주인 이베스트투자증권. 세 곳과 경쟁입찰을 벌인 끝에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 4월14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두 달이 되도록 주식 매매계약을 맺지 못했다. 급기야 이날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아프로서비스그룹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매각 보류’를 선언했다.
◆물 건너 간 증권사 인수
증권사 인수가 무산된 사연은 이렇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도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2019년까지 러시앤캐시 등 대부 계열사 자산을 4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내고서야 인수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최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대부업체(헬로크레디트대부, 옐로캐피탈)에 일부 자금을 지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동생 회사도 사실상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 대부업체인데, 이를 빼고서 대부자산 감축 계획을 낸 것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최 회장 측에 ‘요건충족명령’을 내렸다. 2014년 제출한 대부자산 이행계획을 다시 보완해 제출하라는 지시였다. 최 회장은 즉각 보완 이행계획을 냈다. 동생이 경영하는 두 대부업체를 포함한 대부 계열사 자산을 올해 말까지 40% 이하로 낮추고, 2019년까지 미즈사랑·원캐싱을 접은 뒤 2024년까지 러시앤캐시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이 계획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요건충족명령은 최 회장이 증권사를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현행 금융감독 규정은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개인 및 법인은 최근 1년간 기관경고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받지 않아야 된다’고 규정한다. 요건충족명령을 사실상 시정명령으로 해석하면 증권사 인수는 불가능하다.
◆“대부업에 가혹한 잣대”
이번 증권사 인수 무산에는 금융당국도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주식 매매계약을 맺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더라도 이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요건충족명령을 받은 만큼 증권사 대주주 자격에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더불어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부업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증권사 인수를 불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 회장의 증권사 인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면서 매각자 측에서 매각대금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대부업체에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정소람/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