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석 미만 소극장 140여곳이 몰려있는 서울 대학로.
300석 미만 소극장 140여곳이 몰려있는 서울 대학로.
“열리는 공연은 많은데 무슨 공연이 재미있는지, 뭘 봐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대학로에서는 하루에 수십 편의 연극과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로 방문객은 관람할 작품을 고르는 데 애를 먹는다. 어디서 무슨 공연을 하는지, 어떤 것이 작품성 있는 공연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서다.

공연단체들도 한숨을 쉰다. 공들여 만든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극장 대관료와 배우 개런티, 스태프 인건비 등에 부족한 살림을 털어넣고 나면 홍보마케팅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공연계 첫 홍보마케팅 지원

이런 대학로 공연계 현실을 개선해보자며 기업과 예술계가 손을 맞잡았다.

13일 BC카드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센터)에 따르면 양측은 올해 ‘대학로 문화 활성화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14일 서울 연건동 예경센터 회의실에서 체결할 예정이다. 총 5억원의 사업예산으로 대학로 공연 단체 홍보마케팅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대학로 중·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인 연극, 뮤지컬, 아동극 작품이 지원 대상이다. 소극장 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500석 이상 대극장 공연 작품은 제외한다. 이달 공모해 다음달 심사를 거쳐 50개 내외의 단체를 선정하고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받는 단체는 지원금을 홍보마케팅에만 쓸 수 있다. 공연작품 브랜드 개발, 포스터나 리플릿 제작, 홍보영상 제작 등이 그 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도 포함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서울문화재단 등의 공연단체 지원은 작품 창작·제작활동에 집중돼 있었다. 홍보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보마케팅은 소극장 공연 단체들이 극히 취약한 분야다. 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은 “공연단체들이 문예위나 재단 등에서 받는 지원금은 작품당 평균 2500만원 내외지만 소극장에서 2~3주간 한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대관료, 배우 개런티, 스태프 인건비 등으로 최소 3000만원가량 든다”고 설명했다.

영세한 소극단 대부분은 홍보에 쓸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영세한 소극단은 서울연극협회가 운영하는 문화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는 비용(한 달 기준 약 17만원)조차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대학로 공연시장 ‘숨통’ 기대

이번 사업은 공연예술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는 예경센터와 문화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넓히려는 BC카드의 합심으로 이뤄졌다. BC카드는 문화 전용 사이트 ‘BC카드 라운지’에서 ‘그곳엔 BC@대학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카드 회원이 대학로 영화·뮤지컬을 예매할 때 최대 80%의 할인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BC카드는 이번 홍보마케팅비 지원 단체들에 BC카드 할인율 적용을 요청해 회원 혜택을 늘릴 계획이다.

예경센터는 공모 선정과 심사 절차를 이끌고 홍보마케팅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예술단체에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BC카드와는 향후 공연예술 빅데이터 분석과 예술상품 머천다이징(MD) 상품 판매 등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김선영 예경센터 대표는 “운영난을 겪고 있는 예술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도와 대학로를 중심으로 국내 공연예술 소비시장을 꽃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