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거장' 헤레베헤가 들려주는 베토벤
베토벤의 인기 레퍼토리인 교향곡 5번과 7번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오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70·사진)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다.

벨기에 출신의 헤레베헤는 ‘고(古)음악의 거장’으로 불린다. 정격음악 또는 원전연주로 불리는 고음악은 르네상스부터 바로크를 거쳐 초기 고전주의까지의 음악을 당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헤레베헤는 현대 개량 악기와 연주법보다 담백하고 우아한 소리를 내는 고음악의 매력에 빠져 정신과 의사에서 음악가로 전향했다. 그는 1970년엔 벨기에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1991년엔 프랑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등 고음악 전문 악단을 직접 창단해 이끌면서 고음악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헤레베헤의 연주는 논리적이고 응집력이 강하다”며 “정신과 의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작품에 흡사 진단을 내리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헤레베헤가 한국 무대에서 베토벤의 작품을 들려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내한 공연인 2006년에는 바흐의 ‘b단조 미사’, 2013년에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고음악으로 들려줬다. 이번 무대에선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아 베토벤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5번과 7번을 선곡했다.

이번 공연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현악기 연주자들은 거트현(현대 현악기에서 사용되는 쇠줄 대신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현)과 고전파 시대에 쓰이던 활을 사용한다. 관악기 주자들도 개량을 거치기 전인 내추럴 트럼펫과 내추럴 호른을 연주한다. 헤레베헤는 “현대 악기 연주보다 소리는 작지만 좀 더 투명하고 조화로운 음악을 구현할 수 있다”며 “청중에게 베토벤이 작곡 당시 머릿속에 그린 음색과 조화에 가장 가까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4만~18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