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동차보험료 인하의 풍선효과
‘보험사는 다른 상품에서 이익을 내니 자동차보험에선 손해를 봐도 된다.’

13일 만난 한 보험사 임원이 전해준 이상한 논리다. 보험사가 전파한 논리가 아니다. 보험사가 파악한 금융당국의 의중이다. 보험사들은 올해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을 내놓은 이후 수십 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만큼 보험사에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다. 실손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내준 보험금의 비율, 즉 손해율이 1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험사가 이들 보험의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것은 ‘다른 상품에서 이익을 낸다’는 금융당국의 논리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의 주장에도 이유는 있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보험인 만큼 가격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논리가 다른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사들도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 회사인 만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에서 손해를 보면 다른 상품에서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에서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다른 보험상품의 가격이 떨어질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보험사가 상품 판매 및 운용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자산투자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일본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낮은 보험료에 시달리다 해외 위험자산에 투자를 시도한 적이 있다. 결과는 8개 보험사의 파산과 통폐합이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물론 인하 압박을 하기 위해서다. 이 상품들에서 적자를 내면 보험사들은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올려 수지를 맞출 것이다. 풍선 효과는 필연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