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마트그리드 전문기업인 누리텔레콤은 지난주 최대주주를 새로 맞이했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조송만 대표가 보유지분 전량을 캐나다 법인인 ‘1105354 B.C.LTD’에 시간외 거래로 팔면서다. 하지만 누리텔레콤의 새 주인이 된 캐나다 법인의 소유주(지분 100%)는 다름 아닌 조 대표다. 그가 캐나다에 자본금 1캐나다달러로 세운 특수목적회사(SPC)가 누리텔레콤을 인수한 것. 캐나다 SPC는 인수자금 336억원(주당 8890원) 전액을 조 대표로부터 나흘 동안 빌려서 냈다.

이런 대주주 지분 ‘셀프 거래’는 매우 이례적이란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그대로지만 대주주의 국적과 지배구조가 달라져서다. 조 대표는 지난달 보유지분 31.41% 가운데 2.9%를 자녀 세 명에게 증여했고, 이들도 조 대표와 같이 캐나다 SPC에 보유 지분을 매각해 31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일각에선 조 대표가 누리텔레콤 지배구조를 바꾼 배경에 대해 “상속세 등 세금을 아끼기 위해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누리텔레콤은 지난달 캐나다 증시에서 인터넷 전화(VolP) 개발사인 아피비오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행해 지분 90% 이상을 확보했다. 당시 누리텔레콤은 현지에 100% 자회사인 ‘1101324 B.C.LTD’를 설립하고 인수자금 178억원을 지원했다.

누리텔레콤 관계자는 “북미 글로벌 원격검침(AMI)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수순일 뿐 대주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누리텔레콤 주가는 13일 1.52% 내린 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중순께 1만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지난주 9000원 밑으로 떨어지자 ‘셀프 거래’가 이뤄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