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취임 1주년 간담회 "선진화법, 다당제에선 맞지 않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은 13일 “양당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국회선진화법은 다당제하에서는 몸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선진화법이 없던 ‘동물국회’보다 ‘식물국회’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식물국회가 식물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법은 존치시키되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건 완화와 관련해선 “지금 의장은 직권상정할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마땅히 국회에서 협의돼야 할 내용이 심의·의결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의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1대부터 개정 선진화법을 시행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개헌에 대해선 “국회 주도로 임기 내 예측 가능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으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권 없는 개헌은 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에서 입법·사법·행정 분권이나 4부 간의 분권, 중앙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이 개헌의 중심”이라면서도 “대통령제로 하느냐, 내각제로 하느냐는 국회에서 합의를 이뤄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엔 “평소에 민생 문제를 처리하면서 별도로 개헌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국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면서 “소수의 사람이나 정부가 일방통행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주저 없이 고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