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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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요금의 인위적인 인하로 5G 투자가 위축되면 한국이 'IC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뺏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본료 폐지 등을 포함하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통신담당 연구원은 14일 "한국의 통신비가 비싸다는 해석에 기반한 인위적인 요금인하 추진은 한국 통신 인프라의 우수성을 간과하고 있고, 향후 5G 시대 준비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신비가 비싸다고 하는 근거는 OECD 커뮤니케이션스 아웃룩(Communications Outlook, 2년에 한 번 발간)에 나와 있는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이라는 항목에서 한국이 항상 1~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국가별 통신비에 대한 정의와 요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2015년 조사에서는 통화와 데이터의 조합을 5가지로 구분하는 바스켓의 요금을 비교했다"며 "결과는 34개국 중 2014년에 17~28위로, 2012년의 16~25위보다 하락했다"고 전했다. 해당 바스켓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요금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가장 객관적인 비교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런 비교에는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에서조차 끊김 없이 LTE 서비스가 가능한 한국의 우수한 품질의 통신 인프라에 대한 부분은 전혀 반영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요금을 인하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비싸다고 할 수 없는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정부가 강제로 인하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며 "요금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요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적인 통신 인프라 투자가 있었기에 한국이 'IC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ICT 강국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지만 그 뒤에는 통신사의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다"며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는 1996년 CDMA 전세계 최초 상용화에 기인하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옴니아가 전세계가 주목하는 갤럭시로 재탄생한 배경에는 2011년 LTE 전세계 최초 상용화가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2019년에 상용화 예정인 5G는 이동 중에도 20Gbps의 다운로드 속도와 1ms의 응답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당 1GHz의 주파수 폭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용중인 대역에서는 발굴할 수 없기 때문에, 초고주파 대역인 3GHz~30GHz 대역을 발굴해야 하는데, 파장이 매우 짧기 때문에 주파수의 힘이 약해서 LTE보다 많은 기지국, 즉 많은 투자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LTE는 현재까지 사업자당 약 4조~5조원의 투자비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고 추가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인데, 5G의 투자는 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본료 폐지 등 법적 근거가 없는 인위적 요금인하로 5G의 투자가 위축된다면 한국은 IC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